국제 정치·사회

임기말 레임덕에...오바마 '내우외환'

美 의회 '9·11소송법' 재의결...집권후 처음으로 거부권 무력화

필리핀 "美와 군사훈련 중단"...중국 견제 '亞 회귀전략' 흔들

이라크에 미군 600여명 추가 파병 "초기 중동정책 급조" 비판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안팎에서 시련을 맞고 있다. 국내에서는 거부권 행사가 집권 이후 처음으로 의회에서 무력화되는 수모를 겪었고 밖에서는 아시아 회귀전략의 요충지인 필리핀과의 군사 공조가 깨질 위기에 처했다. 임기를 불과 3개월여밖에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도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로 인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레임덕으로 정치적 유산(legacy)은 하나둘 금이 가는 분위기다.

미 상원과 하원은 27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른바 ‘9·11소송법(JASTA·테러 행위 지원국들에 맞서는 정의)’을 각각 97대1과 348대77의 압도적 표차로 재의결하고 거부권을 기각했다. 이 법은 미국의 9·11테러 희생자 유가족이 테러 연루 의혹을 받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해달라고 줄기차게 요청해 상하원의 문턱을 넘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실익은 별로 없고 해외에서 유사 입법과 소송이 미 정부를 상대로 남발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특히 이번 재의결 과정에서는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도 대거 찬성표를 던져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운영에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공화·민주 의원들은 오는 11월8일 대선과 함께 실시될 의회선거를 의식해 최근 잇단 테러로 불안해진 표심을 얻으려 입법에 적극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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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패권을 재장악하려는 중국을 밀어내려던 오바마 대통령의 오랜 노력도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28일 베트남을 방문해 다음달 4∼12일 열리는 미·필리핀 연례 합동 군사훈련이 “미국과의 마지막 군사훈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필리핀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필리핀 합동 군사훈련에는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 등 미군 1,400여명이 참여해 남중국해의 대표적 영유권 분쟁지역인 ‘스카버러 암초’ 인근에서 진행돼왔다. 앞서 필리핀 정부는 지난 13일 남중국해 분쟁지역에서 미국과 합동순찰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필리핀 외무부는 갑작스러운 미국과의 합동 군사훈련 중단 선언에 대한 파장이 커지자 “대통령의 발언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실제 훈련이 중단될 경우 남중국해 일대 군사동맹을 통한 대중 견제가 위축될 상황에 놓이게 된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26일 “중국과 러시아에 교역·통상의 모든 길을 열 것”이라고 밝혀 미국 대신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여기에 백악관은 이날 이라크에 미군 600여명의 추가 파병을 승인했다고 밝혀 오바마 대통령은 8년 전 공약대로 이라크에서 미군 철수를 단행했다가 7년 만에 다시 병력을 6,000여명으로 늘려 초기 중동정책이 급조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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