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어른과 책임

박창명 병무청장

박창명 병무청장박창명 병무청장


어른이란 무엇인가. 중국의 대학자이자 시진핑 주석 등 많은 정치지도자들로부터 나라의 스승으로 추앙받는 동방학의 대가 지셴린(베이징대 명예교수)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어른의 경지를 격(格)이라 했다.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하며, 쉼 없는 공부를 통해 격을 쌓아야 한다고 했다. 물론 그가 말한 공부는 책에서 얻는 지식만은 아니다. 삶의 전 과정을 통해 의미 있는 것을 배우고 깨달음을 얻으려는 시도가 공부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를 먹는 것만으로 어른이 될 수는 없다. 살아온 삶의 궤적에 어른의 무게가 담겨 있어야 하며 치열한 성찰과 노력이 드러나 있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어른이란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분명히 알고 이를 실천하는 데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어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에 얼마나 책임을 지고 있는가를 먼저 되돌아볼 일이다.


틈만 나면 불거져 나오는 우리 사회지도층의 병역면제 논란 역시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국민이라면 마땅히 감당해야 하는 대표적 의무인 병역을, 지도자의 자질을 가늠하는 잣대로 보는 시각이 논쟁의 바탕에 깔려 있다. 논란과 관련한 여러 주장들의 진위 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 국민들이 사회 지도급 인사들에게 기대하는 병역 이행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사실이다. 국가와 사회를 이끌어가는 자리에 오르려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병역의무는 충실히 다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는 사회지도층에게서 우리 사회 어른의 모습을 찾으려는 대중의 바람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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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 병무청이(또는 정부가) 올해부터 고위공직자와 그 자녀에 대한 병적관리를 제도화하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공개 대상으로 정한 1급 이상 공직자와 그 자녀의 병적을 별도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집중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대상자들의 병역 처분과 이행 상태를 3개월에 한 번씩 점검하고 병역회피가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되면 관련 위원회에 회부하거나 특별사법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도록 했다. 현역병의 경우는 입영할 때까지, 보충역 등은 의무종사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지속적인 병적관리가 이뤄진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체계적이고 강력한 관리방안이다.

이 제도의 시행을 통해 국민이 바라는 바는 명확하다. 높은 공직에 올라 국민을 위해 일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병역만은 성실히 이행하라는 메시지다. 공동체 수호를 위해 자신을 온전히 다 바쳐야 하는,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의 안위를 위해 자기 목숨까지 기꺼이 내놓아야 하는 병역만큼 지도자의 조건을 규정할 수 있는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비단 공직자가 아니더라도 자발적으로 이러한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어른으로 존경받아 마땅하다.

박창명 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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