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신동빈 영장 기각됐지만 롯데 쇄신 책임 더 무겁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29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은 검찰이 제기한 1,700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롯데그룹 수사는 애초 비자금 조성이나 정관계 로비 의혹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과정에서 4개월간 500여명의 임직원들이 검찰에 불려다녔고 대부분의 계열사가 압수수색을 당하는 소동을 겪어야 했다. 검찰은 이런 전방위 수사가 성과를 내지 못하자 횡령·배임 혐의로 방향을 바꿨고 그마저도 법원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셈이다. 걸핏하면 기업인들을 애매모호한 횡령 ·배임 혐의로 옭아매는 검찰의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재계 일각에서 ‘먼지털기’식 무리한 수사가 정상적 경영활동을 위축시켰다며 검찰 책임론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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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이 일단 구속은 면했지만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총수 일가의 비리 혐의가 많은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롯데 일가는 수천억원의 증여세를 탈루하고 회삿돈을 빼돌리거나 이름만 걸어놓고 500억원의 급여까지 챙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신 회장이 법리공방 차원에서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며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한 점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게다가 신 회장이 구속되면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가는 취약한 지배구조를 고스란히 드러내 그룹 정체성의 혼란을 빚은 것도 개탄스럽다.

신 회장은 “미흡한 부분을 고치겠다”면서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롯데는 이번 수사를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 오너 일가의 전횡을 견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드는 경영쇄신안을 내놓아야 한다. 아울러 호텔롯데 상장을 재추진하고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등 투자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국민들은 ‘롯데 리스크’라는 얘기가 더 이상 들려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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