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는 (소득공제가) 되는데 현금은 왜 안되죠?”
회사원 김모(45)씨는 최근 해외출장 도중 기내면세점에서 현금 30만원을 주고 양주, 화장품 등 가족 선물을 구매했다. 김 씨는 연말 소득공제를 위해 현금영수증 발급을 요청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카드는 영수증 발급이 되지만 현금은 안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최근 5년간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은 기내면세점 매출이 무려 7,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현금영수증 의무발급 대상을 계속 확대하고 있지만 기내면세점은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기내 면세품 구매자 입장에서도 카드로 사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현금을 사용하면 혜택을 볼 수 없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물론 항공사도 제도 개선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국적 항공사들의 기내면세점 매출 총액은 1조 8,719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36.8%인 6,895억원이 현금 매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내면세점에서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은 것은 2007년 12월 법인세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부터다. 당시 신설된 ‘현금영수증 가맹점 가입제외 대상 법인의 범위’에 “외국을 항행하는 항공기 안에서 영위하는 소매업”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정부와 항공사들은 법 개정 당시 현금영수증 발급 단말기 기술이 따라주지 않았던 것도 이유로 꼽고 있다. 항공기 안전을 위해 통신이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금영수증 발급을 제외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금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휴대형 무선결제 단말기(POS) 제조사 관계자는 “결제 1건당 정보량이 수백 바이트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내 와이파이나 항공기간 비행 데이터를 활용하면 된다”며 “이런 방식이 문제가 된다면 운항 중에는 단말기에 데이터를 축적해놓고 착륙 이후 데이터를 정산해 발송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현재 기내면세점에서 현금영수증 발급이 되지 않는 이유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현실에 맞춰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추 의원은 “동네식당에서 만원 어치만 식사를 해도 현금영수증을 발행해주는 시대에 기내면세점에서는 수십 만원에서 수백 만원에 이르는 고가품을 사고도 현금영수증을 받을 수 없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세원과 거래의 투명성 확보는 물론 현금과 신용카드 사용자의 과세 형평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