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도이체방크서 헤지펀드 잇단 이탈...또 글로벌 금융위기 공포

美 법무부 벌금 폭탄..,주가 9% ↓

코메르츠방크도 경영난 허덕

美 웰스파고선 유령계좌 스캔들

동시다발 은행위기 불거질 가능성



일부 헤지펀드들이 미국 정부로부터 거액의 벌금 철퇴를 맞은 도이체방크와의 거래에서 발을 빼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또다시 은행발(發) 위기 공포에 휩싸였다. 헤지펀드 이탈은 지난 2008년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부추겼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에서는 도이체방크를 둘러싼 몇몇 헤지펀드들의 움직임이 ‘제2 리먼 사태’의 전조가 아니냐는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밀레니엄파트너스·카풀라인베스트매니지먼트·로코스캐피털매니지먼트 등 도이체방크를 통해 파생상품을 청산하는 헤지펀드 중 10곳이 도이체방크로부터 수십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빼냈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헤지펀드 매니저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거액의 자산이 묶였던 헤지펀드들이 “리먼 사태 이후 익스포저를 유지해봐야 득 될 것이 없다는 교훈을 얻게 됐다”며 “지금은 모두가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도이체방크에 파생상품 청산 거래를 맡기고 있는 약 200개 기관 중 대부분은 여전히 기존 거래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2,230억유로 규모에 달하는 도이체방크의 유동성 보유액을 고려하면 330억유로로 추정되는 헤지펀드 관련 자산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 법무부의 벌금 폭탄에 더해 거래처 이탈까지 나타나자 금융시장에서는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의 파산 가능성과 함께 위기가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파생상품에 대한 도이체방크의 익스포저가 51조달러 규모에 달한다며 도이체방크가 파산할 경우 피해가 어느 정도일지는 아무도 가늠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날 뉴욕증시에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상장된 도이체방크 주가는 장중 9.1%까지 추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으며,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미국계 대형금융주도 2% 이상 빠졌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도쿄증시 닛케이지수의 금융주 낙폭이 장중 2.31%에 달하는 등 은행 관련주가 전반적인 약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 1.567%에서 1.556%로 하락(국채 가격 상승)했다. 메리디언에퀴티파트너스의 조너선 코르피나 수석 파트너는 “거래 상대(헤지펀드)가 발을 빼고 은행주가 폭락했다는 소식이 금융위기를 연상시키며 공포감을 일으켰다”면서 “금융 부문에 대한 단기적인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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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공포를 초래한 것은 도이체방크뿐이 아니다. FT에 따르면 코메르츠방크는 이날 9,600명에 달하는 대규모 감원과 배당삭감 계획을 발표해 경영난에 빠진 유럽계 은행의 현실을 드러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계 은행들은 수년째 마이너스 금리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왔다.

게다가 미국 3위 은행인 웰스파고도 유령계좌 스캔들로 휘청거려 자칫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은행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질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FT는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맥신 워터스 민주당 의원이 이날 열린 관련 청문회에서 “관리가 안 될 정도로 비대해진(too big to manage)” 웰스파고를 쪼갤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웰스파고는 2011년부터 고객 정보를 동의 없이 도용해 최대 200만개의 유령계좌를 개설, 최근 미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으로부터 1억8,5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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