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한미약품(128940)발(發) 검은 금요일에 개인투자자는 물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우왕좌왕했다. 전날 장 마감 후 발표된 한미약품의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 소식에 시간 외 거래에서 한미약품 주식을 대거 사들였던 개인투자자들은 17시간 만에 터진 수출계약 파기라는 악재성 공시에 주가가 급락하자 눈물을 삼켜야 했다. 기술수출 계약 소식을 접하고 주가가 100만원 간다며 찬양일색의 리포트를 썼던 증권사 리서치센터 애널들도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리포트에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한미약품의 1조원 기술수출 공시가 나온 다음날인 30일 아침 증권가 연구원들은 리포트를 통해 일제히 이번 수출을 극찬했다. “8번째 홈런” “기다리던 또 한 번의 쾌거”라며 목표주가도 높였다. 현대증권은 한미약품의 목표주가를 올해 2월 110만원에서 이날 오전 122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유진투자증권도 기존 100만원에서 109만원으로 올렸다. 다른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는 유지했지만 호재성 수출에 매수를 추천했다.
하지만 이 같은 환호는 몇 시간 못 갔다. 이날 장 시작 30분 후 악재 공시가 또 나왔다. 지난해 베링거인겔하임과 진행한 수출 계약이 파기된 것이다. 공시 직후 30분간 투자자들의 투매에 투매가 이어졌다. 9시30분부터 10시까지 주가는 20%나 빠졌다. 결국 한미약품은 18%대 하락에 하루 거래대금만 1조65억원이나 기록했다. 이는 이날 거래대금 규모 2위를 기록한 삼성전자의 3배 정도 되는 금액이다. 특히 기관투자가는 이날만 36만주를 장중에 순매도했다.
투자자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개인투자자는 지난 29일 호재 공시 후 시간 외 시장에서 한미약품 주식을 사들였다. 시간외 시장 거래대금만 309억원에 정규장 대비 6%대 상승률도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급락으로 손실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호재성 공시 직후 악재 공시를 내는 것 자체는 규정상 문제는 없다”며 “하지만 이러한 공시 패턴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는 신뢰와 연관된 문제”라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큰 호재와 큰 악재를 연달아 발표한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 증권사 제약·바이오 분야 연구원은 “이번 연속된 호재·악재 공시로 혼란스럽다”며 “어제 수출하고 오늘 계약 해지를 한 게 아니라면 굳이 공시를 이렇게까지 낼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