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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결'은 왜 차오차오 대신 과거회귀를 택했나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차오차오 커플의 하차가 한 주 만에 ‘우결’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1일(토) 방송된 MBC ‘우리 결혼했어요’는 지난주 하차한 차오차오(조세호, 차오루) 커플을 대신해 에이핑크 윤보미, 배우 최태준을 투입시켰다.


오토바이용 헬멧을 쓰고 나타난 두 사람은 가위바위보로 얼굴 공개 순서를 정하고, 소개팅에 나온 듯 연신 어색한 분위기로 웃음을 자아냈다. 그리고 눈빛에 온기가 돌자마자 카페 옥상으로 올라가 서로 반지를 주고받으며 로맨틱한 분위기도 함께 만들어냈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 방송화면 캡처MBC ‘우리 결혼했어요’ 방송화면 캡처


새 커플의 투입은 무난했다. 현재 출연하고 있는 로맨틱한 김진경-조타, 유쾌한 에릭남-솔라를 적절히 섞어낼 수 있는 조합이다. 이미 예능감으로는 절정에 다다른 윤보미와 첫 만남부터 선물은 물론 이벤트까지 준비한 최태준에게서 벌써부터 달달한 향기가 난다.

그러나 로맨틱하다고 해서 ‘우결’에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커플 투입으로 세 쌍 모두 ‘아이돌과 비(非)아이돌의 만남’ 구도가 형성됐고, 연령대도 20대 초중반에서 그쳐 차별화된 콘셉트를 잡는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게 됐다. 로맨틱함은 조타-김진경이, 유쾌함은 에릭남-솔라가 자리잡고 있는 이상 윤보미-최태준 커플은 새 콘셉트를 고민해야만 하는 시점이다.

이를 증명하듯 1일 방송에서 세 커플은 기존 에피소드와 차별화를 두지 못했다. 조타-김진경 커플은 소개팅에 이은 더블데이트를. 에릭남-솔라는 목공에 이어 서로의 진심을 털어놓는 시간을 가졌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나 평균 4~5%를 유지하던 시청률도 3.5%(AGB닐슨)로 소폭 하락했다.


지난 8년간 ‘우결’에 등장한 대다수의 커플은 비슷한 패턴을 반복해왔다. 집 마련, 요리, 맛집탐방, 놀이공원 데이트, 결혼식, 친구들의 소개팅, 외국여행, 일터 방문 등 특이점 없는 데이트코스 위주의 에피소드들은 이제 식상하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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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한 조세호, 차오루 / 사진=MBC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한 조세호, 차오루 / 사진=MBC


이와 같은 면에서 차오차오 커플은 자유로웠다. 이미지에 신경 써야 하는 아이돌이나 배우가 아닌 이상 조세호는 로맨틱한 데이트에 치중하던 ‘우결’의 분위기를 단번에 전환시켰다. ‘미녀와 야수’콘셉트라고 하면 적절할까, 첫 만남부터 차오루가 “당신을 사랑해야 합니까”라고 묻거나 게임 중 “코 수술해서 안된다”는 폭탄발언까지 서슴지 않으며 이들은 잘 치고 잘 받아주는 예능커플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재미에 대한 확신이 서자 차오차오 커플은 지난 8년간 ‘우결’에서 볼 수 없었던 참신한 시도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중국 장가계에 위치한 차오루의 가족을 만나 묘족 전통 결혼식을 올리고, 최근에는 중국인 장모님을 모시고 서울 여행을 시켜드리는 등 놓치면 아쉬울만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결혼식 에피소드 이후 차오차오 커플의 콘셉트는 재미에서 로맨틱으로 급반전됐다. 차오루의 뜻에 따라 조세호가 살을 빼기 시작하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훈남으로 변신했고, 서로의 진심을 나누는 시간도 부쩍 늘었다. 그리고 마지막 만남에서 얼버무리며 서로에 대한 진심을 고백하지 못하다가 인터뷰에서야 속내를 털어놓는 이들의 모습은 가상일지 몰라도 그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느껴졌다. 마치 동화 ‘미녀와 야수’를 현대판으로 재현해놓은 듯한 이들의 퇴장은 뭉클하면서도 여운을 남겼다.

차오차오 커플은 ‘우결’의 정체기를 타개할 좋은 선택이었다. 유사한 콘셉트로 시작한 JTBC ‘님과 함께’가 지지부진하다 윤정수-김숙 일명 ‘쇼윈도 커플’로 대박을 터트린 것과 같이 재미와 진심을 앞세운 차오차오 커플은 ‘우결’ 흥행의 열쇠를 쥐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 방송화면 캡처MBC ‘우리 결혼했어요’ 방송화면 캡처


‘우결’ 관련 기사 댓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반응은 ‘아직도 방송하냐, 폐지하라’다. 비슷한 출연자들, 비슷한 에피소드가 거듭되면서 더이상 신선한 매력을 찾을 수 없다는 불만이다. 화려하고 달달한 데이트도 좋지만, 비록 가상일지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에피소드를 통해 부부에 대한 가치를 깨닫는 과정을 기대하는 것은 이제 무리일까.

끝내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한 조세호와 이를 잘 알기에 더 애틋해하는 차오루의 마지막 모습과 같은 뭉클함을 다시 ‘우결’에서 만날 수 있을까. 답은 미지수다.

최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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