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백상논단] 위기의 한국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중국정책연구소장

김흥규 아주대 교수김흥규 아주대 교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본래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일들이 일상적이어서 이러한 상태가 종종 정상적이라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가 처한 상황이 왠지 정상적이라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는 듯하다. 아마도 다음 세대는 현 세대보다 더 궁핍하고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야만 할 것 같다. 역사상 지금처럼 경제적인 풍요와 국제적 위상을 즐겨본 적이 없었다. 한국은 세계 10위권 내외의 경제·IT산업·기술·군사력·무역대국을 자랑하고 있다. 해외를 다녀보면 한국이 그간 얼마나 많은 것을 이룩하였는지를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풍요롭고 안정된 시기가 너무 빨리 끝나가고 있다.

불안하고 위험한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한국은 3중의 세력전이라는 안보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 성장의 실패로 야기될 혼돈도 두렵고, 성장의 결과 “중국의 꿈”을 달성한 중국의 모습도 두렵다. 미중 간 전략경쟁은 가속화되면서 한반도에서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AIIB와 사드(THAAD)문제를 둘러싼 대립은 이를 잘 보여준다. 중일 간 세력전이가 발생하면서 일본은 미일 동맹 강화와 전쟁할 수 있는 국가를 건설해 이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북한은 핵무장을 통해 남북한 간에 세력역전 현상이 야기하는 불안정성을 극복하려 하고 있다. 모든 세력전이는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확대하고 그 관리에 실패할 경우 종종 피비린내 나는 무력 충돌을 야기했다. 과거 동북아에 세력전이 현상이 발생했을 때마다, 국토는 전란에 휩싸이거나, 나라가 망하거나, 분단되거나, 오욕의 역사를 경험하였다.


이러한 난국에 대응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동맹을 통해 외적역량을 확대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국내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국난을 극복하는 힘은 국내적인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 한국의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는 제대로 꽃을 펴보기도 전에 시들 것만 같다. 무리한 관치는 강해지고, 가까운 장래 경제사회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국가의 정치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잠재적 동원능력을 최대화하기위해 고안된 기제인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회의적이다. 지도층의 공공이익에 대한 희생정신, 법과 제도에 대한 신뢰, 지도자의 권위는 바닥에 떨어지고 있다. 어떻게든 살아남는 자가 최선의 선택인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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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장의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과 경제 성장 동력의 미비로 2031년~2035년 1.6% 수준의 성장을 추정하고 있다. 2014년 경제성장률이 3.3%였음을 감안하면 2030년 이후에는 반토막 성장이 불가피하다. 인구는 더 감소할 것이고, 노령화의 진전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다. 더 암울한 것은 현재로서는 대응 수단도 마땅치 않다. 정부와 지도자들은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비는 거의 손 놓고 있는 듯 보이고, 아예 그럴 역량도 없어 보인다.

이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결국 눈을 밖으로 돌린다. 우리의 안보를 한미동맹이나 더 고도의 무기체계가 지켜줄 것만 같은 희망과 환상에 사로잡히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더 우려스런 일이다. 용기 있는 민족주의적인 포효도 왠지 불안감에서 오는 만용에 가까워 보인다. 여전히 북한 핵 사용의 위협에 전적으로 노출되면서 국제적으로 외교, 경제, 안보적인 자율성은 점차 더 축소되고, 무기력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당장의 어려움 때문에 전투에 이기고자 하는 수준의 근시안적인 대응을 넘어, 대전략을 구상해야 할 시점이다. 전시와 평시를 동시에 염두에 두고, 가용할 모든 자원을 어떻게 합당하게 결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기초 체력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 가치와 기본 질서, 공공성, 이에 합당한 상식이 통하는 관행과 지도력이 필요하다. 지도자는 국가 사회경제를 안정되게 하고, 국민들이 희망을 지니게 하고, 민주적인 숙의의 정치가 꿈틀거리게 해야 한다. 그것이 이 험난한 도전에서 우리의 안보를 확보하는 길이기도 하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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