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與 국감 복귀·이정현 대표 단식 중단] 靑·與·野 물밑 조율-丁의장 유감표명…국회 파행 일단락

"대치정국 장기화땐 큰 부담"

李 대표, 靑 단식중단 요청 수용

與 "丁 의장 고발 취하 안한다"

국회정상화 순항할지는 미지수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7일 만에 단식을 중단한 이정현 대표를 병원으로 호송하며 “힘내시라”고 말하고 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와 처리 도중 정세균 국회의장의 편향성을 주장하며 단식에 들어갔던 이 대표는 2일 오후 단식을 중단한 뒤 동료 의원들의 호송을 받으며 국회에서 병원으로 이송됐다. /연합뉴스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7일 만에 단식을 중단한 이정현 대표를 병원으로 호송하며 “힘내시라”고 말하고 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와 처리 도중 정세균 국회의장의 편향성을 주장하며 단식에 들어갔던 이 대표는 2일 오후 단식을 중단한 뒤 동료 의원들의 호송을 받으며 국회에서 병원으로 이송됐다. /연합뉴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일주일 만에 단식 중단과 국감 복귀를 전격 선언하면서 파행을 빚었던 국회가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 게 됐다. 여당 소속 의원들의 불참으로 파행을 빚었던 국감은 오는 4일부터는 정상적으로 열리게 됐다.


이 대표가 단식을 철회한 것은 청와대와 당내의 요청이 빗발쳐서다. 거대야당의 독주를 바로잡으려는 이 대표의 의지는 높이 사지만 여야의 ‘강 대 강’ 대치 정국이 장기화하면 국정운영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구나 당내 비박을 중심으로 국감 복귀 요구 등으로 대오에 균열이 생기면서 이 대표의 선택이 빨라졌다는 분석이다. 2일 이 대표를 만나러 온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국감 복귀는 기본적으로 당에서 판단해야 하지만 국정 장기표류에 대해 여러모로 걱정이 많다”며 에둘러 청와대의 우려를 전달했다. 그는 또 이 대표에게 “고집 좀 그만 피우시라”고도 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이 대표는 위문 온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상황 변화가 없다면) 나는 죽을 것”이라는 각오를 밝힐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의 건강상태가 급속히 악화된 것도 단식 중단의 배경이 됐다. 예상치 못한 사고라도 발생하면 정국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의 혼미상태를 보일 수 있어 청와대는 물론 여야 모두 ‘한 발 물러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이 대표의 건강은 혈당수치가 위험 수준까지 떨어지고 가끔 복통에 경기 증상까지 보이는 등 위험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직후 “(이 대표의 현재 상태가) 절대 가만히 놔둘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앞서 김재원 수석은 “이러다가 정말 사고 난다. 강제로라도 병원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더불어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김 수석이 이 대표를 만나 건강을 염려하며 단식 중단을 요청한 것은 국감에 복귀하라는 신호 아니겠느냐”며 “국회 정상화를 바라는 청와대의 마음을 야당에도 전달한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때를 맞춰 추미애 더민주 대표도 이 대표를 찾아 3분간 면담하면서 “이 대표님이 먼저 마음을 푸시고 끊으신 곡기도 좀 드시라”고 단식 중단을 거듭 호소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구체적인 국회 정상화 방안을 제시하며 출구 모색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국민 여론이 비등점에 도달해 국회를 정상화하지 않으면 20대 국회도 국민들에게 버림받을 것”이라며 이정현 대표의 병원 이송과 새누리당의 정세균 의장에 대한 비방·폭로 중단, 국회의장 중립성 보장 방안 법제화 3당 합의, 정세균 의장의 유감 표명 등을 정상화 방안으로 제시했다.

당내 비박계 중심으로 이 대표의 단식이 일방적이고 무리한 것이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거대야권의 독주에 ‘견제구’를 날렸다는 점에서는 단식 효과가 일정 먹혀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국감 보이콧이라는 초강수를 통해 야당이 정권 실세 개입이라며 줄기차게 쟁점화해온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도 일정 부분 덮어졌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집권여당의 대표가 나서서 도운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이 대표가 내걸었던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와 사과는 관철하지 못해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당내 비박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가 단식도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국감 보이콧도 즉흥적으로 요청하면서 당내 혼란을 키웠다는 점에서 대표의 일방독주에 대한 견제심리도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가 단식을 철회하고 국감 복귀도 이뤄졌지만 국회 정상화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는 “다른 방법을 통해서 투쟁하겠다”며 “정세균 한 사람이 아니라 무너진 의회 민주주의 확보와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확보가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정 의장의 ‘의회주의 파괴’ 책임은 물을 것”이라며 “정 의장에 대한 형사고발도 취하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정 원내대표는 “의장 중립 의무를 강화한 ‘정세균 방지법’ 명칭은 철회가 가능하다”며 여지를 뒀다. 이에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입장발표를 통해 “나라가 매우 어려운 시기에 국회가 걱정을 끼쳐드린 데 대해 국회의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실상 유감을 표명했다. 정 의장은 이어 “새누리당의 국정감사 복귀 결정을 환영하며 이정현 대표의 건강이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바란다”며 “비온 뒤 땅이 굳어지듯 앞으로 모든 정당과 잘 협의해 국민 여러분의 걱정을 덜어드리고 이번 정기국회가 민생국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홍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