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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갤러리]김우영 '청평사'

김우영 ‘청평사’ 161x125cm, 2016년작 /사진제공=박여숙갤러리김우영 ‘청평사’ 161x125cm, 2016년작 /사진제공=박여숙갤러리


별스러울 것 없는 단순함의 미학에서 절정의 아름다움을 포착할 수 있겠는가? 덜컹거리는 시외버스에 무작정 몸을 실은 이유는 ‘한국 건축의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 겨울, 사진작가 깅우영은 눈 덮인 대지 위에 슬며시 보이는 한국 건축의 여백과 선(線)의 미학을 발견했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고 보존하는 데 평생을 바쳤고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등의 저서로 유명한 혜곡 최순우(1916~1984)의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기념전시를 제안받은 그는 그렇게 전국을 누비며 “여백은 비어있는 공(空·void)이 아니라 공간(空間·space)으로서 열린 관계성과 무한한 창조의 장(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춘천 청평사와 담양 소쇄원, 안동 도산서원과 해남 대흥사 등지에서 찍은 귀한 풍경 사진이 성북구 혜곡최순우기념관에 걸렸다. 기념관은 1930년대 지어진 한옥으로 최순우 전 국립박물관장이 1976년에 이사와 살던 집이라 최순우 옛집(등록문화재 제268호)으로 불린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간단한 면과 선 몇 개로 형언할 수 없음에도 추상화 같은 사진은 시공의 겹을 끌어안았고 한옥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가을이 오는 길에 자연과 전통의 정취를 만끽하기 더없이 좋은 전시로, 8일까지 열린다.


작가는 홍익대 시각디자인과와 뉴욕 스쿨오브 비주얼아트 사진학과를 졸업한 후 광고사진가로 이름을 날렸다. 송승헌과 소지섭의 데뷔 시절을 볼 수 있는 ‘스톰’과 ‘닉스’, 이영애의 ‘헤라’ 광고가 그의 손을 거쳤다. 화려했고 주목받았지만 그는 돌연 미국행을 택했고 2007년부터 9년간 미국을 횡단하며 작업한 풍경 사진을 ‘길을 따라서(Along the Boulevard)’ 연작으로 발표했다. 디자인과 사진을 공부하기 전 그의 전공이 ‘도시계획’이었던 까닭인지 복잡한 도시 이미지를 선과 면으로 포착해, 단순할 정도로 추상적인 사진에 시간과 공간을 쌓아 담는 능력이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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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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