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홍균의 융합세상] 과연 기술평가 능력이 있는가?

[이홍균의 융합세상] 과연 기술평가 능력이 있는가?

이홍균 (사)미래지식성장포럼 정책위원이홍균 (사)미래지식성장포럼 정책위원


장기 저성장의 터널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중소기업의 활성화만이 그 답이 될 것이다. 중소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자금지원과 판로지원이라는 두 방향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자금지원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올해 초 “지금까지 은행권 기술신용대출을 통해 총 30조9천억 원의 자금이 우수 기술기업에 공급될 수 있었다”며 우수 기술력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신규 기술금융 펀드를 연내 1천억 원 규모로 조성하고, 지난해 이미 조성된 투자펀드를 합쳐 연내 최대 3천억 원의 신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그 약속이 제대로 실행되려면 먼저 주요한 요건이 선행되어야 한다. 바로 기술평가 능력이다. 기술정책 금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술평가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 평가에 기초해서 대출이나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나라에 그러한 능력이 얼마나 있을까? 있다면 기술신용보증기금이나 기업은행 등 극소수의 기관에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동안 주택담보대출이나 수수료 수입에만 의존하던 시중은행들이 단 2~3년만에 31조4천억 원의 기술정책금융자금이 집행한다고 하니 대단하게 여겨진다. 정말 이것이 가능하다면 기술평가 능력이 충분하다고 봐야 할 것이지만 솔직히 신뢰가 안 간다.


하지만 이 문제를 더 거론하기보다는 좀 더 한 발짝 더 나아간 문제를 다루고 싶다. 정부가 공공의 금융기관들이 평가한 기술에 대한 자금지원에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판로지원을 해주는 것이 정말로 필요다고 본다. 판로가 없다면 신기술이 아무리 정책금융을 받아도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힘들고 결국 대규모 금융부실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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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정부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기술정책 금융지원을 받은 기업들을 비롯해 신기술을 갖춘 중소기업들에게 공공사업 부문을 적극 개방해야 한다. 신생기업이 시장의 문을 두드리면 실적을 가져오라고 한다. 공공기관의 문을 두드려도 똑 같이 실적이 있느냐고 묻는다. 정책금융기관들이 미래성장 기술이라고 평가하고 자금지원까지 했다면 그들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정부가 가장 먼저 사용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공공기관들은 ‘사례가 없다’, ‘실적이 없다’ 등 온갖 핑계를 되면서 구매하지 않고 있다.

공공사업의 참여 실적이 중소기업들이 시장에서 생존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건설부문에서 최저가낙찰제에서 종합평가낙찰제로 변경하였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시공실적, 신용등급이 주요하게 고려될 예상이다. 실적이나 신용을 중시하면 기업은 R&D를 할 필요가 없고 신기술이 진입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종합평가낙찰제에서 기술평가 가중치를 극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실적이나 신용도가 아니라 오히려 기술력이 낙찰을 좌우한다고 인식될 때 민간 기업들은 더욱 더 미친 듯이 R&D를 할 것이고, 실력을 갖춘 기업들이 기술력으로 경쟁하는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창조경제일 것이고 이것이 슘페터가 주장하였던 불황을 타개하는 창조적 파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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