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128940)의 기술수출 취소 늑장 공시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연내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예정대로 상장 일정을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한미약품 사태가 장기화돼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질 경우 상장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부 상장을 준비 중인 바이오 기업들은 투자심리 악화로 공모가가 예상 수준보다 낮아질 경우 상장 연기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올해 안에 IPO를 목표로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제약·바이오 기업은 줄잡아 10여곳이 넘는다. 올해 국내 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 4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상장 작업에 착수했으며 JW생명과학도 지난달 거래소로부터 상장 적격 통보를 받고 오는 27일 코스피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바이오 벤처기업인 신라젠과 아스타는 지난달 중순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또 신신제약과 티앤알바이오팹, 바이오솔루션, 유바이오로직스 등도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거래소의 심사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 이 밖에 코오롱제약과 하나제약, CJ헬스케어, 셀트리온(068270)헬스케어 등 대형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상장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하지만 신약 개발 성과를 앞세워 대박 신화를 써내려간 한미약품이 기술수출 취소에 이은 늑장 공시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제약·바이오 기업의 상장 일정에도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사전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예상을 밑돌 경우 상장 일정이 연기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당장 JW생명과학은 오는 10~11일 기관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결정할 예정이다. JW생명과학의 최대주주인 JW홀딩스(096760) 관계자는 “아직 실체가 없는 신약이 아닌 수액 완제품을 공급하는 만큼 한미약품과는 성격이 다르다”면서도 “다만 수요예측에서 희망공모가 하단(2만7,000원)을 밑돌 경우 상장 일정 연기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얼어붙은 투자심리가 당분간 회복되지 않을 경우 상장 자체를 내년으로 미루는 기업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지난해 말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제대로 된 공모가를 받지 못한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기준 코스피 의약품업종지수는 한미약품 사태 이후 4거래일 동안 10% 넘게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