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0억 개의 염기쌍으로 이뤄진 한국인의 유전체(게놈) 서열이 거의 완벽하게 해독돼, 앞으로 한국인 체질에 맞는 신약개발에 큰 발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정선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장팀과 국내 생명공학기업 ‘마크로젠’의 연구진 등은 해당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6일 자에 ‘특집 논문’으로 게재했다고 밝혔다.
사람의 유전체 정보는 2000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HGP)로 첫 해독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2009년 서 소장팀이 내놓은 한국인 대상 연구 결과를 비롯한 그 이후의 연구에서도 기술적 한계로 일부 읽지 못한 ‘공백’이 남아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장팀은 염기 서열을 기존 100배 길이로 정확하게 읽어내는 기법을 적용해, 공백으로 남았던 유전체 정보 190곳 중 절반이 넘는 105곳을 완전히 해독했으며 남은 공백 85곳 중 72곳은 일부를 읽어냈다.
그간 과학자들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생물정보센터(NCBI)에서 제공하는 인간 유전체 표본으로 질병 연구나 신약개발을 했으나, 여기 담긴 유전체 정보는 대부분 백인의 것이고 나머지 일부는 흑인의 것이어서 한국인의 특성이 반영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연구로 인해 한국인의 유전체가 해독됐고, 암 억제 유전자로 알려진 HRASLS2와 피부색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POU2F3 유전자 등 다양한 유전자에서 한국인만의 특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 사람이 어머니와 아버지에서 각각 어떤 유전자를 받았는지도 구분하는 성과도 얻었다.
서정선 소장은 “개인의 유전체 정보를 바탕으로 질병을 예측, 진단, 치료하는 ‘정밀의학’의 기술적 주도권을 한국이 선점했다는데 이번 연구의 의의가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아시아인 10만 명의 유전체 정보를 파악해 정밀의학의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네이처는 이번 연구 성과와 관련해 “현존하는 인류 유전체 해독 결과 중에 가장 완벽한 ‘표준’”이라고 호평했다. /이재아인턴기자 leejaea55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