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상륙돌격장갑차-Ⅱ(KAAV-Ⅱ) 도입을 결정했으나 성능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오래된 상륙돌격장갑차(KAAV)를 대체할 KAAV-Ⅱ를 오는 2028년까지 개발해 배치하기로 최근 결의했다. KAAV-Ⅱ는 해병대가 보유한 150대 이상의 KAAV를 전량 교체하게 된다. 이 사업은 연구개발비 2,800억원을 포함한 총사업비가 1조원을 훌쩍 넘어 해병대 창설 이래 최대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위사업청이 방추위에 보고한 KAAV-Ⅱ의 기본 성능은 기존의 상장차(KAAV)보다 훨씬 뛰어나다. 전투중량이 35톤 규모로 KAAV보다 7.4톤 무겁다. 엔진 출력도 1,500마력으로 기존의 400마력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무장으로 40㎜포가 장착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방호력도 기존 KAAV보다 두 배 이상 강화될 예정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미국 해병대가 도입하려다 가격이 너무 높아 포기한 차기 상륙장갑차(EFV)와 비슷하다. 방사청이 방추위에 보고한 외형도 EFV와 닮은 꼴이다.
그러나 속도는 그게 아니다. 한국 해병대용 KAAV-Ⅱ의 수상 최대 속도는 시속 20㎞로 계획돼 EFV의 46㎞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KAAV-Ⅱ는 기존 KAAV의 확대 개량판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굳이 궤도형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미 해병대처럼 차륜형 장갑차를 상륙전 용도로 쓰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대목은 주변국들의 동종 장비가 크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 중국은 시속 25~28㎞로 현존하는 어떤 상장차보다도 빠르고 30㎜ 기관포, 12.7㎜ 기관총에 대전차 미사일까지 탑재한 ZBD 05 양서보병전차(兩棲步兵戰車)를 이미 배치하는 단계다. 일본도 미국이 차기 장비로 개발하다 예산 문제로 백지화한 EFV 수준의 고속상장차를 2020년대 중반 선보일 계획이다. 우리의 KAAV-Ⅱ보다 성능이 뛰어난 일본 차기 상장차가 더 먼저 나온다는 얘기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국의 상장차보다 속도만 늦을 뿐 KAAV-Ⅱ가 모든 면에서 앞선다”며 “진화적 개발개념을 적용해 연구개발 기간중 최신 기술을 채용, 단점을 보완하면서 우수한 성능의 KAAV-Ⅱ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