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칼날 위에 선 중국 부동산 시장

홍병문 베이징 특파원

홍병문홍병문


중국 국경절(10월1일) 연휴를 전후해 중국 언론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룬 기사 중 하나는 부동산 시장 관련 당국의 대책이다.

지난달 30일 이후 지금까지 선전시를 비롯해 난징·청두·우한·톈진·쑤저우 등 12개 도시가 앞다퉈 부동산 투기 억제책을 내놓았다. 17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 집값과 맞물려 1~2선 대도시에서 벌어지는 각종 부동산 광풍 현상들이 중국 당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결과다. 중국인 절반이 고향을 찾거나 여행을 하는 대이동이 벌어지는 국경절 연휴 기간 자칫 부동산 집값 과열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중국 민심을 들끓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 같은 대책과 중국 언론들의 기사에 반영돼 있다.


베이징 등 중국 대도시의 집값은 이미 일반 서민의 가계부 한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베이징시 전체의 평균 주택매매가는 최근 526만위안(8억7,000만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찍었고 베이징시 외곽이 아닌 도심 인근 5순환도로 안에 3~4인 가족이 거주할 수 있는 일반적인 아파트값은 평균 1,000만위안(16억6,000만원)을 웃돌고 있다.

물론 평균 가격보다 훨씬 싼 주택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녀 교육과 주변 여건·출퇴근 등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했을 때 베이징 시내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안정적인 경제 기반을 가진 중산층조차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베이징 등 대도시 집값이 고공 행진을 하는 이유는 흔히 얘기하는 이른바 돈 있는 일부 상류층의 투기성 수요와 더 오르기 전 막차라도 타야 한다는 중산층의 불안 심리가 반영돼 있다. 여기에 최근 2년간 중국 당국이 경제성장률 유지를 위해 인위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부추긴 영향도 크다.


연초 발표했던 부동산 대책에 이어 또다시 강화된 부동산 억제책을 내놓는 중국 당국의 모습을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여름 증시 폭락을 경험한 중국이 부동산 시장에서 비슷한 사례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속도 조절에 그칠 것이라는 보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관련기사



당국의 부동산 대책에 그다지 무게를 두지 않는 시각의 배경은 중국 경제의 최대 고민인 성장률 둔화에서 찾을 수 있다. 뾰족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중국이 연초 내세운 6.5~7.0%의 성장률 목표를 유지하려면 결국 부동산 투자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상승 탄력을 유지하는 부동산 시장마저 꺾여 버린다면 6.5%의 성장률 마지노선을 지키기 쉽지 않다는 것이 정책 당국자들의 고민이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국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글로벌 시장의 시선은 매우 불편하다. 최근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중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경고하는 리포트를 내놓았고 일부 분석가들은 현재 중국 부동산 시장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전과 비슷하다며 우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 중국 최대 부동산 갑부인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도 얼마 전 CNN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중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사상 최대 수준”이라고 경고했을 정도다.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하면 중국 부동산 가격의 거품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잠재된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올 초 이후 중국 당국이 꾸준히 부동산 억제 대책을 발표했지만 그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시장은 다소 냉담한 분위기다. 오히려 1주택 소유자의 부동산 추가 구매제한 정책을 피하기 위해 일각에서는 위장 이혼이 성행하고 있다.

민간 경제 영역에서는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하고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각하다.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부동산이 중국에서 유일한 투자처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칼날 위에 올라선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위험천만한 칼춤을 추려 하는 이유다.

hbm@sedaily.com

홍병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