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를 위해 자산을 축적할 때와 달리 축적된 금융자산에서 일정한 돈을 창출해야 할 때는 자산관리의 관점을 바꿔야 한다. 자산을 축적할 때는 최대수익을 얻기 위해 자산의 기대수익과 위험을 고려하여 자산을 배분한다. 하지만 금융자산에서 일정한 소득을 창출할 때는 자산축적 때와는 목표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상품배분(product allocation)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 상품배분이란 여러 금융상품을 섞어서 안정적인 소득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노후 안정적인 소득을 달성하는 데는 세 가지 장애물이 있다. 첫째, 인플레이션 때문에 소득의 실질적인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낮아서 신경을 쓰지 않지만 40년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위험이다. 둘째, 자신이 언제까지 살 지 모르는 위험이다. 돈의 수명과 자신의 수명을 일치하는 게 좋다. 이를 위해서는 평균수명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각 개인이 당면하는 향후 기대 수명의 불확실성을 감안해야 하는데 이 경우 감당해야 할 불확실성이 훨씬 크다. 마지막으로 투자시장의 불확실성에 소득이 좌우될 수 있다. 투자수익률이 낮은 것뿐 아니라, 은퇴 전반기와 후반기 중 언제 수익률이 높으냐에 따라서 노후 소득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은퇴 전반기와 후반기 수익률이 어떻든지 간에 나의 노후 소득은 큰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위험들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소득을 얻기 위해서는 연금, 투자상품 인출, 변액연금과 같은 상품들을 잘 결합해야 한다. 각 상품은 특징이 다양하다. 공적연금은 구매력이 유지되고 장수리스크도 보호해주고 투자시장 변화에도 무관하지만, 중도에 찾을 수 없으므로 유동성이 거의 없다. 민간의 정액형 종신연금은 장수리스크를 보호해주고 투자시장에 무관하게 소득을 지급하지만, 구매력이 유지되지 않고 유동성도 없다. 반면에 투자상품에서 인출하는 경우 구매력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유동성이 있을 뿐 아니라 투자시장의 수익도 향유할 수 있지만, 투자시장 하락위험에 노출되고 수명 리스크도 보호하지 못한다. 한 두 개의 상품만으로는 노후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소득 창출이 어려우므로, 다양한 상품들을 섞어서 세 가지 환경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소득을 만들어 내는 것이 상품배분이다.
이들 상품으로 최적의 배분을 할 때는 은퇴 나이, 노후 예상 지출 금액, 공적연금액, 예상 은퇴자산 등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주택 역모기지인 주택연금의 활용여부와 유산을 얼마나 남길지 등도 주요한 변수가 된다. 이러한 요소들을 감안하여 상품들을 배분하여 자신에게 맞는 소득 흐름을 안정적으로 창출하면 된다. 자산축적에서 자산인출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제는 자산배분뿐 아니라 상품배분도 중요해지고 있다. 적합한 상품배분 솔루션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