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책정된 쌀에 대한 변동직불금이 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라면 세계무역기구(WTO)가 정한 상한액(1조4,900억원) 돌파도 시간문제여서 쌀 소득보전직불제에 대한 개편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WTO의 기준을 위반할 경우 통상마찰의 소재가 되고 미국 등에서 정해진 관세율(513%)보다 더 낮은 관세로 수입하라는 요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쌀 수확기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쌀 소득보전직불제를 통해 ㏊당 지난해보다 37만원 증가한 237만원을 지급하고 수확기 쌀값이 기준 가격보다 낮을 경우 추가 예산 반영을 추진할 방침이다. 올해 국내에서 생산될 쌀 420만톤에 대한 직불금에는 1조8,017억원이 책정됐다. 농지면적당 일정액을 주는 고정직불금에는 8,240억원, 쌀값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가격을 보전해주는 변동직불금으로는 9,777억원이 투입된다. 고정직불금은 지난해(8,450억원)보다 210억원 줄어든 반면 변동직불금은 지난해(7,193억원) 대비 2,584억원이나 증가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수확된 쌀 가격이 현재 쌀 변동직불금 예산안 기준보다 하락할 경우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추가 반영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예산안은 80㎏당 14만3,789원을 기준으로 책정돼 있다. 변동직불금 지급 기준 쌀 가격은 올 10월부터 내년 1월까지 통계청 산지 쌀값의 평균 가격을 반영하도록 돼 있다. 9월2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당 13만3,446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만일 쌀값이 오르지 않을 경우 변동직불금에만 사상 처음으로 1조원 이상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쌀 수요는 계속 줄어드는데 쌀 생산을 장려하느라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85년도에 128㎏에 달하던 1인당 쌀 소비량이 지난해 62.9㎏로 절반 이하로 고꾸라질 정도로 쌀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이전처럼 혈세로 쌀값을 떠받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목표가격보다 시장가격이 낮아질 경우 정부가 차익을 보전하는 변동직불제의 경우 이대로 가다간 WTO가 인정한 보조금 상한액인 1조4,900억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연말까지 직불제도 개편에 관한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등 기존 제도를 꼼꼼하게 들여다본다는 입장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은 “쌀 대책 가운데 직불금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많아 연말을 목표로 용역을 시행 중”이라며 “다만 직불금 금액이 줄어들거나 농업인에게 불리하게 개편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