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첫 아이 제왕절개, 둘째는 자연분만 했어요"

제왕절개후 자연분만 '브이백'

수술법 발전으로 성공률 높아

여의도성모병원은 85% 이상

24시간 수술·마취 가능하고

경험 많은 병원 찾아야



“첫 아이를 제왕절개로 낳았어도 둘째는 우리 병원에서 자연분만한 산모가 적지 않습니다. 고통도 덜하고 빠른 회복이 가능해 만족감도 높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제왕절개 후 자연분만(VBAC·브이백)’ 기록을 가진 이영 가톨릭대여의도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출산 때 잘못된 정보로 무조건 제왕절개 수술을 하는 바람에 자연분만을 못한 데 대한 아쉬움과 아기에 대한 미안함이 있거나 수술 후 회복이 어려워 고생한 산모 중에는 브이백 출산을 원하는 이가 적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브이백은 대부분의 산모에게 가능하며 태아 체중이 4㎏ 이하이거나 자연분만 이력이 있으면 성공률이 더 높다. 그는 “브이백 성공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산모의 의지와 자신감”이라며 “다만 과도한 욕심을 버리고 자연분만을 체험해본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제왕절개를 한 산모가 자연분만을 하면 자궁 파열 등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제왕절개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산모나 가족 중에는 ‘제왕절개 수술을 안 했어도 되는데 한 것 아닌가’ 하고 의심하거나 자연분만을 하지 못한 데 죄책감을 가진 이가 적지 않다. 하지만 수술 방법이 발전하면서 브이백을 시도하는 의사와 산모도 적지 않다. 여의도성모병원이 대표적이다.

이영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제왕절개 후 자연분만(VBAC)’을 희망하는 여성을 초음파검사하고 있다.   /사진제공=여의도성모병원이영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제왕절개 후 자연분만(VBAC)’을 희망하는 여성을 초음파검사하고 있다. /사진제공=여의도성모병원


◇브이백 시도하다 자궁 파열 0.3% 그쳐=이 병원은 지난 2000~2015년 산모 2,712명에게 브이백을 시도해 85.5%(2,319명)의 성공률을 보였다. 해외 학계에 보고된 성공률은 대략 75%(산모의 자궁 상태에 따라 4.7~49%까지 하락)쯤 되는데 이보다 10%포인트가량 높다. 브이백 과정에서 자궁이 파열될 위험은 1,000명 중 7명꼴(0.7%)로 알려졌지만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최근 6년간 브이백 산모의 자궁 파열은 0.3%에 그쳤다. 자궁 파열 위험은 자연분만 때 0.4%, 유도분만 때 1.1%가량 된다.

최근 둘째를 브이백으로 출산한 김모(37)씨는 2년 전 고령인데다 속골반이 좁아 분만 진행이 잘 안될 것이라는 의사의 말에 진통도 없던 상태에서 제왕절개 수술로 큰아이를 낳았다. 당시 일주일간 배가 아파 허리도 못 폈고 진통제를 맞으며 일주일간 입원한 기억에다 두 번째 제왕절개 수술 후에는 더 아프다는 경험자의 말을 들으니 눈앞이 캄캄해져 수소문 끝에 이 교수를 찾았다.

만삭이 다 돼 찾아온 김씨에게 이 교수는 혹시 모를 자궁 파열 등의 위험 요소를 피하기 위한 검사를 시행하고 만일에 대비한 준비를 시행한 후 브이백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38주에 자연 진통이 와 분만실에 입원한 그는 7시간 진통 후 자연분만에 성공해 이틀 후 퇴원했다. 출산 당일 식사·거동도 가능했고 젖도 물렸다. 브이백은 자연분만 방법의 일종이기 때문에 제왕절개 수술과 달리 출혈이 적고 통증도 덜해 산후 회복 속도가 빠르다.


◇태아 4㎏ 미만·자궁경부 열렸던 산모 성공률 높아=아무나 브이백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2회 이상 제왕절개를 받은 경우에는 수술 받은 시기와 관계없이 대상에서 제외한다. 제왕절개를 받지 않았더라도 자궁근육에 수술로 인한 상처가 있거나 산모·아기의 상황으로 인해 제왕절개를 꼭 해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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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백 성공률은 일반적으로 태아가 너무 크지 않은 때(4㎏ 미만)가 높다. 과거 자연분만력이 있는 경우, 이전 출산 때 제왕절개를 했지만 자궁 아래쪽 부분(자궁경부)이 7㎝ 이상 열렸던 산모라면 성공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자궁경부가 3~4㎝ 열렸던 산모보다는 7㎝ 열렸던 산모의 성공률이 높다. 이전 출산 때 자궁경부가 열렸다면 자궁 파열 확률도 낮아진다.

산모가 아기를 낳을 때 자궁이 수축하면서 자궁경부가 얇아지고 열리는데 자연분만할 경우 보통 10㎝가량 열린다. 3~4㎝ 이상 열린 상태에서 본격적인 진통이 시작되는데 두 시간 이상 ‘문’이 더 크게 열리지 않거나 모두 열렸는데도 한 시간 이상 태아가 내려오지 않으면 난산으로 진단할 수 있다. 이 경우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필요한 경우 제왕절개 분만을 하게 된다.

◇24시간 수술·마취 가능하고 경험 많은 병원 선택을=브이백은 분만 진통 전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시설과 인원이 확충된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브이백 진행 중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대상을 신속히 선별할 수 있고 응급상황시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수술실, 마취과 의사와 집도의가 있는 병원이어야 한다.

임신 기간 중 관리나 산모 검사는 일반 산모와 동일하게 진행된다. 임신 34주까지는 일반 산모와 같은 검사를 하고 34주 이후 남편과 함께 산모교실에서 브이백 교육을 시행한다.

브이백 희망자는 임신 37~38주에 자궁 파열 등의 위험성이 높은지 초음파검사를 한다. 예전에 제왕절개한 부위의 피부 두께가 2㎜보다 얇으면 파열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보지만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만삭 때 이 부위의 두께는 2~3㎜로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브이백은 자연적으로 진통이 발생하는 것이 유리하다. 다만 태아가 큰 경우 38주 이후 유도분만을 시도할 수 있다. 41주가 지나거나 진통 없이 양수가 터지는 경우 등에는 유도분만을 시행한다.

이 교수는 “여의도성모병원은 지난 15년간 브이백팀을 구성해 경험을 쌓아왔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수혈·마취 준비가 24시간 가능하다”고 말했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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