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된 기자들의 24시간 인터넷 방송” - 후지TV
도쿄 오다이바의 후지 TV 본사 18층. 이곳에는 지상파 방송을 위한 스튜디오와는 별개로 인터넷 방송만을 위한 소규모 스튜디오가 자리하고 있다. 아나운서들이 앉아있는 스튜디오 뒤편으로는 ‘보도국’이라는 한자 대신 외래어 표기에 주로 사용하는 가타카나로 ‘호도쿄쿠’를 적어 새로운 매체인 뉴미디어를 활용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곳에서는 지상파 채널 대신 일본에서 주로 사용하는 메신저인 ‘라인’과 페이스북, 별도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뉴스를 공급하고 있다. ‘호도쿄쿠’는 지진이나 폭우, 해일과 같은 자연재해는 물론 안보법 심의 등 일본 정계의 주된 이슈에 대해 최소한의 인원으로 전문적인 보도를 내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지상파 채널 중에 별도 스튜디오를 구축해 인터넷 전문 방송을 내보내는 곳은 후지 TV가 처음이다.
한국언론재단과 세종연구소의 주선으로 한국 기자들과 만난 후쿠하라 신이치 미디어 담당국장은 “우리는 24시간 인터넷 전문 방송”이라며 “시간과 인력을 절감하기 위해 무인카메라 등 다양한 기기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상파 뉴스를 위해 만든 콘텐츠 가운데 일부는 저작권 등의 문제로 그대로 내보내지 못하고 있다”며 “방송시간의 제한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활용해서 지상파에서 다루지 못하는 것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또 여러 이슈에 재빨리 대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진이나 폭우로 강이 범람하는 등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뉴스 시간이 아닐 때도 방송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후지TV 측은 설명했다. 시청자들이 몰리는 시간대는 오후 7~9시로, 많을 때는 십만 명이 넘는 사람이 동시에 접속한다.
후쿠하라 국장은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뉴스를 전달하는 1인 방송과 달리 “자질을 갖춘 보도 전문인력이 정확하게 전달하는 뉴스”이자 “검증을 거친 콘텐츠”를 내보낸다는 점을 강조했다.
◇“독자 맞춤 인터넷 뉴스…대신 콘텐츠는 유료”- 니혼게이자이신문·요미우리신문 등
출판 강국인 일본의 신문업계는 전통의 강자로 꼽히는 만큼 일찌감치 포털 사이트에 무료로 뉴스를 공급해 온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터넷과 거리를 둬 왔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뉴미디어가 이끌고 온 미디어 지형 변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신문사의 핵심 콘텐츠인 익일 조간의 내용은 일반 독자들이 조간을 받아든 이후에만 제공한다. 또 주요 신문사의 기사는 만 24시간이 지나면 포털사이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도록 해 신문사 홈페이지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 발행 부수인 900만부를 자랑하는 요미우리신문의 경우 튼튼한 종이 신문 기반을 최대한 활용하는 뉴미디어 대응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곳은 현재 신문을 구독하고 있는 독자가 월 150엔의 추가 요금을 내면 인터넷에서도 기사를 포함해 독자가 선호하는 분야에 대한 유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아사히신문은 인터넷으로 회원 가입한 사람에 한해 기사열람을 가능케 했으며, 마이니치신문은 종이 신문 구독자가 아닌 홈페이지 접속자의 경우 하루에 볼 수 있는 기사의 개수를 제한했다.
일본 주요 신문사 가운데 뉴미디어 지형에 발 빠른 대처를 하고 있는 곳은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이다. 이 신문사는 구독 여부와 관계없이 인터넷 회원 가입과 유료 콘텐츠 결제만으로도 기사를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기사의 80~90%는 유료 회원에게만 제공된다. 아울러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의 기자회견과 같이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이슈에 대해서는 실시간 영상을 올리는 등 전 세계 독자가 원하는 보도로 주목을 받았다.
일본 신문사의 한 간부는 “신문산업의 미래는 인터넷 등이 주도하는 뉴미디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 일본 신문사들보다 앞서 대처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언론사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각 신문사마다 열혈 독자의 수와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맞춰 뉴미디어 전략을 짜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쿄=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