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두산밥캣 상장연기 후폭풍…그룹 재무개선 핵심퍼즐 '삐걱'

인프라코어 유동성 공급 차질…그룹 전체 악영향

FI 구주매출 중단으로 공모물량 부담 줄었지만

재상장 땐 공모가 더 낮아져 1조 모집 그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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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갈 길이 바쁜 두산(000150)밥캣이 기업공개(IPO) 일정 연기 후폭풍에 휩싸였다. 두산 측이 재상장을 늦어도 내년 1월까지는 추진한다고 하지만 두산밥캣의 공모자금으로 해결하려 했던 두산인프라코어(042670)의 유동성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내년 6월 말 1조원 가량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증권사들은 두산밥캣 상장 지연으로 두산그룹이 추진하던 재무구조 개선의 마지막 퍼즐 맞추기가 어긋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10일 두산밥캣의 상장 연기를 공식화했다. 두산밥캣은 공모 물량이 많고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을 들어 추후 공모 물량 등을 조정해 시장 친화적인 구조로 IPO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산밥캣의 공모 일정이 연기되자 신용평가사들은 두산인프라코어를 비롯해 두산 계열사 신용도 모니터링에 착수했다. 이길호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그룹 전체 매출의 3분의1을 차지하고 차입금이 그룹 내 40%를 차지한다”며 “두산밥캣 상장을 통해 원하는 만큼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두산인프라코어는 물론 그룹 전체가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용등급 하향 경고인 셈이다. 두산그룹 계열사 가운데 두산엔진(082740)·두산인프라코어는 회사채 발행이 불가능한 BBB급이다. 두산건설(011160)은 투기등급이다.

두산밥캣의 상장 연기로 두산인프라코어의 차입금 상환 계획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두산인프라코어의 회사채 잔액 1조5,000억원 중 내년 상반기 2~3월 3,200억원을 포함해 9,400억원이 만기 도래한다. 상장 일정이 내년으로 연기된 만큼 회사채 상환을 통해 단기 차입금 비중을 낮추려는 계획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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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공모 물량 조정 등으로 조달자금 규모에 차이는 발생하지만 재무구조 개선에 차질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물량 부담을 안겨줬던 재무적투자자(FI) 21.6%의 구주매출이 중단돼 재상장 성공 가능성은 높아졌다. 이미 한화생명과 신영증권·산업은행 등의 FI들이 구주매출을 포기했다. 두산밥캣 입장에서 공모 물량이 줄어드는 만큼 투자자 확보 부담은 해소한 면이 있다.


다만 두산으로서는 재상장을 위한 기업가치 산정은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이번 기관 대상 수요예측 결과 공모희망밴드(4만1,000~5만원)를 밑도는 가격에 기관 수요가 몰리자 상장 연기를 전격 결정했다. 재상장 공모가 역시 이보다 낮게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공모가 희망밴드로 공모 규모가 2조82억~2조4,491억원에 달했지만 희망밴드 하단을 밑도는 가격과 FI들의 구주매출 포기로 공모 규모는 1조~1조5,000억원가량으로 축소된다. 구주매출을 중단한 FI들은 주가 상승을 기다릴 여유라도 있지만 재무구조 개선이 급한 두산인프라코어는 공모 규모가 줄어들더라도 재상장에 나설 수밖에 없다. 결국 가격조정이 반영된 정정신고서를 준비하는 한편 두산인프라코어는 경영권 지분(50%+1주)을 유지하는 선에서 두산밥캣 지분의 매각 시도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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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상장에 기대를 가져볼 수 있는 희망적인 시나리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공모주 시장 침체로 다수 기업이 상장을 철회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해당 기업들이 상장에 성공하는 등 시장이 살아났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현재 책정된 기업가치가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FI들의 구주매출이 중단된 것으로도 시장에 충분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시장 친화적인 기업가치를 책정해야 승산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두산밥캣 상장 연기의 영향으로 두산(-3.28%), 두산인프라코어(-7.22%), 두산엔진(-10.59%), 두산중공업(034020)(-2.67%), 두산건설(-0.83%) 등 두산그룹주 전체가 내림세로 마감했다. /송종호·박준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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