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찌개는 우리 국민의 애환이 서린 음식이다. 한국전쟁 이후 주둔한 미군 부대에서 나온 통조림 햄과 소시지를 넣어 끓인 것이 부대찌개의 효시다. 초기에는 유엔탕이나 존슨탕으로 불릴 만큼 역사의 아픔을 상징했지만 이후 부대찌개 전문점이 속속 생기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찾는 대중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육개장과 김치찌개의 경계선에 있는 부대찌개는 ‘만능 찌개’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야채와 햄이 듬뿍 들어 있어 여엿한 한끼 식사는 물론 해장국이나 술안주로도 안성맞춤이다. 때문에 그간 라면 시장에도 간간이 부대찌개 라면이 등장했는데 별다른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부대찌개 특유의 진한 국물과 풍성한 건더기를 구현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심(004370)·오뚜기(007310)·팔도가 올 겨울 전략 제품으로 야침차게 선보인 부대찌개 라면 3종을 시식해봤다.
농심의 ‘보글보글 부대찌개면’은 지난 1999년 출시한 ‘보글보글 찌개면’의 후속작이다. 당시 농심은 콩나물 건더기에 부대찌개 양념을 넣어 차별화를 시도했다가 판매가 신통치 않자 2년 만에 생산을 중단했다. 오뚜기 ‘부대찌개 라면’ 은 지난해 최대 히트작인 ‘진짬뽕’의 노하우를 가져온 제품이다. 풍부한 건더기와 불맛을 강조한 국물을 내세운다. 팔도 ‘부대찌개라면’은 2011년 놀부부대찌개와 손잡고 출시한 제품을 개선하고 부대찌개 전용 양념장을 추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각 사가 추천하는 조리법에 따라 부대찌개 라면을 끓인 뒤 시식해보니 면발에서는 농심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3종 중 가장 면발이 두꺼웠는데도 찰기가 적당해 부대찌개 식당에서 먹는 라면사리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오뚜기는 쫄깃한 식감이 돋보였으나 국물이 면에 잘 스며들지 않는 단점이 있었다. 팔도는 농심과 오뚜기의 중간 정도의 식감을 보였다.
부대찌개의 핵심이 국물에서는 확연하게 특징이 갈렸다. 농심은 라면 특유의 매운맛 대신 진한 햄맛을 강조했다. 앞서 선보인 ‘맛짬뽕’의 부대찌개 버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뒷맛도 깔끔해 아이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건더기가 가장 적다는 것은 단점이었다.
오뚜기는 매콤한 불맛이 유독 강했다. 기존 진짬뽕 특유의 불맛을 선호했다면 오뚜기 제품이 가장 입맛에 맞을 것 같다. 건더기가 가장 풍부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팔도는 국물에서도 농심과 오뚜기의 중간이었다. 다만 30년 전통의 액상수프 덕택인지 국물에 밥을 말았을 때 더욱 맛이 좋았고 건더기에 마카로니가 들어있다는 점이 참신했다.
부대찌개 라면은 올 겨울 라면 3사가 사활을 거는 승부처다. 앞서 프리미엄 짜장 라면에서는 농심이 주도권을 잡았지만 프리미엄 짬뽕 라면에서는 오뚜기가 판정승을 거뒀다. 팔도는 부대찌개 라면에서도 이들 업체를 추격해야 하는 처지다. 이달 중으로는 삼양식품까지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어서 부대찌개 라면의 성적표에 라면업계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