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라이프앤]맛집 큰별로 빛나자...'미슐랭 스타'를 꿈꾸는 레스토랑들

'미슐랭 가이드 서울편' 첫 발간에

레스토랑들 인테리어·메뉴 새단장

올 한해 자존심 건 치열한 물밑경쟁

롯데호텔서울, 현대식 한식코스 개발

일식 30년 경력 미쓰보리 조리장 영입

모레노 체드로니·알프레도 루소 등

미슐랭 스타 받은 셰프 초청 미식회

올 한 해 서울의 유명 호텔과 레스토랑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바로 오는 연말 처음으로 발간되는 ‘미슐랭 가이드 서울편’을 위한 작업이다. 각 레스토랑은 메뉴와 인테리어, 직원 교육을 재정비하는 한편 이미 미슐랭 스타를 받은 해외 유명 셰프들을 모셔와 그들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한 미식회를 앞다퉈 열기도 했다.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이자 미식가들의 지침서인 미슐랭 가이드에 실리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명예이자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홍보 효과를 누리를 수 있기 때문이다.


미슐랭 가이드는 1900년 프랑스의 타이어 회사 미슐랭사에서 발간하는 여행 안내서로 출발했다. 처음에는 타이어 정보나 도로법규, 자동차 정비요령, 주유소 위치 등이 주요 내용이었고 식당 소개는 일부분에 불과했다고 한다. 하지만 식당 소개가 점차 인기를 얻으면서 현재 미슐랭에서 매기는 ‘별점’은 전 세계 유명 맛집의 지표가 됐다. 미슐랭 가이드는 레스토랑 정보를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레드 시리즈’와 여행정보 위주의 ‘그린 시리즈’로 구성된다. 한국은 2011년 처음으로 그린 시리즈가 발간됐으며 올 연말에는 처음으로 레드 시리즈인 ‘미슐랭 가이드 서울편 2017’이 나온다. 전 세계 27번째 레드 시리즈이자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에 이어 4번째다.

1979년 롯데호텔서울 개관과 함께 영업을 시작한 한식당 무궁화. /사진제공=롯데호텔1979년 롯데호텔서울 개관과 함께 영업을 시작한 한식당 무궁화. /사진제공=롯데호텔




롯데호텔서울 한식당 무궁화에서 선보이는 현대적인 구절판. /사진제공=롯데호텔롯데호텔서울 한식당 무궁화에서 선보이는 현대적인 구절판. /사진제공=롯데호텔


롯데호텔서울의 무궁화를 이끌고 있는 천덕상 조리장. /사진제공=롯데호텔롯데호텔서울의 무궁화를 이끌고 있는 천덕상 조리장. /사진제공=롯데호텔


미슐랭 가이드 심사는 어떻게 이뤄질까? 레스토랑을 평가하는 심사위원들은 사전 고지 없이 평범한 손님으로 가장해 한 식당을 1년간 5~6번 방문한다. 심사위원들은 현장 심사에서 음식 맛뿐 아니라 가격과 분위기, 서비스를 두루 평가하며 1차로 선택된 식당 가운데 추후 다시 별을 매긴다. 별이 3개면 요리를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도 아깝지 않은 곳, 별 두 개는 요리를 맛보기 위해 멀리 찾아갈만한 곳, 별 한 개는 요리가 특별히 훌륭한 곳을 뜻한다. 최고의 영예인 별 3개는 전 세계적으로 50개 정도에 불과해 레스토랑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특히 최근 발간된 미슐랭 가이드 싱가포르 편에서는 미슐랭 가이드 역사상 처음으로 노점이 별을 받아 등재되는 ‘사건’이 있었던만큼 서울에서도 특급호텔부터 개성 넘치는 개인 레스토랑은 물론 길거리의 포차까지 다양한 ‘미슐랭 맛집’의 탄생을 기대해 볼만 하다.


1979년 개관한 서울의 대표적인 호텔, 롯데호텔서울 역시 오랜 역사와 내공의 레스토랑을 앞세워 미슐랭 스타를 노리는 곳 중 하나다. 롯데호텔서울의 간판 레스토랑으로는 개관과 함께 오픈한 한식당 ‘무궁화’가 있다. 특급호텔 한식당 중 가장 맏형인 무궁화는 한때 수익성 악화로 폐점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롯데호텔은 2010년 11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새단장에만 50억원 이상을 투자해 호텔 최고층인 38층으로 새롭게 이전 오픈했다. 현재 서울 시내 단 4개뿐인 특급호텔 한식당의 대표주자 무궁화는 1900년 조선 말기 음식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와 1942년 발간된 ‘우리 음식’ 등 옛 문헌을 참조해 옛 양반이 먹던 ‘반가 음식’을 기반으로 현대식 한식코스 요리를 개발했다. 무궁화는 지난 4월 홍콩 미슐랭 2스타 프렌치 레스토랑인 ‘앰버’와 진행한 미식회와 엄선한 국내산 제철 채소를 활용한 채식 코스 메뉴를 선보이는 등 고객에게 새로운 한식의 세계를 선사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무궁화의 업장책임자 겸 한식총괄책임자로 활약 중인 천덕상 조리장은 지난달 7년 이상 동일 업무에 종사한 산업현장 종사자 중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사람을 평가하는 ‘우수숙련기술자’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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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서울의 인기 레스토랑인 중식당 도림 전경. /사진제공=롯데호텔롯데호텔서울의 인기 레스토랑인 중식당 도림 전경. /사진제공=롯데호텔


롯데호텔서울 도림에서 선보이는 ‘고법 불도장’ /사진제공=롯데호텔롯데호텔서울 도림에서 선보이는 ‘고법 불도장’ /사진제공=롯데호텔


지난 2013년 롯데호텔서울이 임원으로 전격 스카우트 한 중식계의 스타셰프 여경옥 중식 총괄 상무. /사진제공=롯데호텔지난 2013년 롯데호텔서울이 임원으로 전격 스카우트 한 중식계의 스타셰프 여경옥 중식 총괄 상무. /사진제공=롯데호텔


중식당 도림은 9개의 레스토랑과 바를 운영하는 롯데호텔서울에서 최고 매출을 이끄는 식당이다. 2013년 5월 중식 요리 전문 스타 셰프로 이름이 알려진 여경옥 셰프를 중식 총괄임원으로 전격 스카우트했다. 특급호텔에서는 중식당 주방장이 임원급 대우를 받는 건 흔치 않은 사례다. 1995년 중국 최고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장쩌민 전 중국 국가 주석을 위한 중식요리를 총지휘했던 여경옥 셰프가 ‘한국식 짜장면’으로 장 전 주석의 입맛을 사로잡아 ‘대한민국 최고의 중식 요리사’라는 극찬을 받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특히 세계 최고의 딤섬 달인인 홍콩 팀호완의 오너 셰프 맥카이푸이와의 딤섬 미식행사는 물론 공식 국빈 만찬을 총괄하는 중국 인민대회당의 장빙량 수석 주방장을 초청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각국 정상이 맛보았던 국빈만찬을 그대로 재현한 것은 국내 미식가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롯데호텔서울의 일식당 모모야마 전경. /사진제공=롯데호텔롯데호텔서울의 일식당 모모야마 전경. /사진제공=롯데호텔


롯데호텔서울 일식당 모모야마에서 선보이는 스시. /사진제공=롯데호텔롯데호텔서울 일식당 모모야마에서 선보이는 스시. /사진제공=롯데호텔


지난 6월 롯데호텔서울 일식당 모모야마에 새로 부임한 30년 경력의 가이세키 요리 전문가 미쓰보리 코우지 조리장. /사진제공=롯데호텔지난 6월 롯데호텔서울 일식당 모모야마에 새로 부임한 30년 경력의 가이세키 요리 전문가 미쓰보리 코우지 조리장. /사진제공=롯데호텔


지난 6월 일식당 모모야마에는 미쓰보리 코우지 조리장이 신규 부임해 눈길을 끌었다. 30년 일식 요리 경력의 미쓰보리 코우지 조리장은 계절감을 살린 가이세키 요리로 일본 요리의 장점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오는 10월 26일부터 28일까지는 이탈리아 미슐랭 2스타 셰프 ‘모레노 체드로니 미식회’를 진행한다. 요리계의 악동이라 불릴 만큼 혁신적인 음식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한 모레노 체드로니 셰프는 일식 스시의 단순한 모방을 벗어나 파스타, 리소토 쌀 등을 결합한 지중해식 스타일의 스시 ‘Susci’와 창조적이고 위트 넘치는 해산물 요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아방가르드 이탈리안 퀴진의 세계를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400여 종의 와인리스트를 자랑하는 롯데호텔서울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페닌슐라 전경. /사진제공=롯데호텔400여 종의 와인리스트를 자랑하는 롯데호텔서울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페닌슐라 전경. /사진제공=롯데호텔


롯데호텔서울 이탈리안 레스토랑 페닌슐라에서 선보이는 셰프 특선 메뉴. /사진제공=롯데호텔롯데호텔서울 이탈리안 레스토랑 페닌슐라에서 선보이는 셰프 특선 메뉴. /사진제공=롯데호텔


롯데호텔서울 이탈리안 레스토랑 페닌슐라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세바스티아노 잔그레고리오 셰프.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라 페르골라’와 2스타 ‘라 스투아’를 거친 28년 경력의 요리사다. /사진제공=롯데호텔롯데호텔서울 이탈리안 레스토랑 페닌슐라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세바스티아노 잔그레고리오 셰프.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라 페르골라’와 2스타 ‘라 스투아’를 거친 28년 경력의 요리사다. /사진제공=롯데호텔


롯데호텔서울 신관 1층에 위치한 ‘페닌슐라’는 안티파스토와 파스타, 피자 등 정통 이탈리안 메뉴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400여 종의 와인을 보유하고 10명의 소믈리에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이탈리안 다이닝&와인 전문 레스토랑이다. 페닌슐라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세바스티아노 잔그레고리오 셰프는 이탈리아 발사믹 식초로 유명한 북 모데나 출신으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라 페르골라’, 미슐랭 2스타 ‘라 스투아’를 거친 28년 경력의 이탈리아 정부 인증 마스터 셰프이다. 2007년 같은 셰프인 한국인 아내와 결혼한 후 2013년부터 페닌슐라를 책임지고 있다.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은 이탈리안 미슐랭 1스타 셰프 ‘알프레도 루소 미식회’가 열린다. 이탈리아 전통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연구와 혁신에 대한 갈망이 결합된 음식을 선보인다는 평을 알프레도 루소 셰프는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당시 조리부문 디렉터였으며 2011년 ‘5 스타 다이아몬드 어워드’를 수상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서울 지역에서 처음으로 미슐랭 가이드가 발간되는 만큼 각 호텔 레스토랑들이 자존심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그러나 반드시 별을 받지 못하더라도 미슐랭 가이드를 계기로 미식에 대한 국내 고객들의 관심을 높이고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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