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엔터]윤여정"몰라도 되는 세상 안 것 같아...촬영 내내 우울증 시달려"

영화 '죽여주는 여자'서 '박카스 할머니' 역 열연

트랜스젠더부터 장애인·코피노까지

아웃사이더들 향한 따뜻한 시선 담아

영화 ‘죽여주는 여자’의 소영은 평생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는 인물이다. 젊어서는 미군을 상대로 그리고 나이 들어서는 동년배 노인들의 쾌락을 위해 산다. 심지어 ‘사는 게 너무 창피해’라며 자신을 죽여달라는 과거 단골 노인의 부탁을 들어주기까지 한다. 그래서 소영은 ‘죽여주는 여자’다.

성매매 여성 노인을 의미하는 ‘박카스 할머니’를 소재로 노인의 성과 죽음 그리고 우리 사회의 아웃사이더들에 대해 이야기한 ‘죽여주는 여자’에서 소영 역을 맡은 배우 윤여정(69·사진)은 “감독(이재용)에 대한 믿음으로 하게 됐는데 촬영이 계속되자 우울증이 왔다”고 했다. 성매매 할머니라는 다루기 어려운 주제의 이 영화라 칠순에 가까운 여배우로서 마음 고생이 심했던 모양이다. “이 나이에 모르는 게 또 있을까 싶었는데, 그런 게 있더라. 몰라도 되는 세상을 안 것 같은 생각에 힘들고 괴로웠던 것 같다”며 윤여정은 말끝을 흐렸다.


그는 노인의 전형적인 죽음에 대해서도 말했다. “우리 영화에는 노인의 전형적인 세 가지 죽음을 담고 있어요. 첫째는 중풍으로 인한 독립생활의 붕괴,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자존감 파괴, 둘째는 치매로 인한 자아상실에 대한 공포, 셋째는 사랑하는 상대를 잃은 절대 고독. 이런 상황이 빈곤과 합쳐지면 노인들이 자살을 결심하게 되는 거죠.” 실제로 영화에서 윤여정은 중풍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이와 치매 초기를 앓고 있는 이의 죽음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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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영화 ‘죽여주는 여자’는 따뜻한 시선을 품고 있다. 성매매 할머니인 소영, 다세대 주택에서 함께 살고있는 트랜스젠더, 장애인 청년, 그리고 코피노까지 사회의 아웃사이더이지만 이들은 서로에게 의지가 돼 준다. 윤여정은 “다들 부모님이 있으니까 태어난 건데, 영화에서는 이들에게 가족이 없다”면서 “가족의 정이 그립고 가장 절실하기 때문에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서로 가족이 돼는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배우답지 않게 세련된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의 느낌이 나는 윤여정. 그러나 특유의 까칠하고 차가운 표정과 말투에서는 모순적이게도 온기가 묻어난다.

윤여정은 지난 8월 ‘죽여주는 여자’로 제20회 몬트리올판타지아시아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70대 황혼의 나이에 영화배우로 제2의 전성기를 꽃피우고 있다. ‘죽여주는 여자’는 지난 2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폐막한 제17회 아시아티카 영화제에서 작품상도 수상했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의 한 장면영화 ‘죽여주는 여자’의 한 장면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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