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코스닥 개미 자금도 말라간다

신용융자 잔액 4.3조 최고 수준

잠재 매물 증가로 수급에 부담

누적 실질예탁금도 순유출 지속

상장은 늘어 박스권 돌파 난항





코스닥시장이 지난 8월 이후 맥을 못 추며 600선 후반에서 횡보하는 가운데 시장의 수급 주체인 개인투자자의 증시 대기 자금도 말라가고 있다. 코스닥은 중소형 성장주가 몰려 있는 시장의 특성상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 비중이 낮아 개인의 매수세마저 약화될 경우 시장 침체가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이 박스권에서 힘을 잃을 때마다 강한 매수세로 지수를 상승세로 되돌렸던 개인의 매수세가 최근 들어 급격하게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개인의 증시 자금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의 개인 유동성을 나타내는 대표지표 중 하나인 신용융자 잔액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신용융자 잔액은 증권회사가 투자자에게 주식 투자자금을 빌려주는 것으로 정해진 이율을 부과하기 때문에 대부분이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자금들이다. 신용잔액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잠재적 매도 매물이 많다는 얘기다. 9월 말 기준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 잔액은 4조3,430억원으로 1월 말 3조5,554억원보다 22.15% 급증했고 코스피 시장의 신용융자 잔액(3조3,671억원)보다 1조원가량 많다. 코스닥의 시가총액 대비 신용잔액(9월 말) 비중은 2.04%로 2010년 이후 평균치인 1.88%를 크게 웃돌고 있다. 김형렬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기관이 코스닥에서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고 외국인의 매매비중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의 신용잔액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점은 수급 면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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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순매수세는 지속되고 있지만 실질예탁금이 늘지 않는 점도 악재다. 실질예탁금은 고객 예탁금에서 개인 순매수금액과 미수금, 신용잔액 증가분을 뺀 것으로 증시에 새로 순증한 금액이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미래에셋대우가 2010년 6월 말 이후 코스닥시장의 월별 실질예탁금 누적 유출입을 분석한 결과 지난 9월 말 기준 실질예탁금 누적금액은 -1,996억원으로 1월 말 -1.926억원보다 순유출 규모가 오히려 소폭 확대됐다. 김 연구원은 “실질예탁금은 대기 매수자금을 뜻하는데 최근까지 순수 예탁금이 유입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 순매수세가 단기간에 급증하기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개인의 수급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코스닥시장에 신규상장 물량은 늘고 있어 코스닥이 단기간에 박스권을 돌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거래소는 지난해 기업인수목적특수회사(SPAC·스팩) 상장 활성화와 기술특례제도 완화 등을 통해 코스닥 상장 문턱을 대폭 낮췄지만 수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공급 물량이 넘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 상반기 중소형주가 약세를 보이면서 중소형주 펀드의 환매 압력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코스닥 신규 상장까지 늘면서 수급이 완전히 꼬였다”며 “코스닥이 600선 후반의 박스권을 돌파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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