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M아카데미] 빅데이터 시대, 대중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김종우 한양대 경영대학 경영학부 교수

정부·기업, 의지만 있으면 저비용으로 '오피니언 마이닝' 가능

김종우 한양대 경영대학 경영학부 교수김종우 한양대 경영대학 경영학부 교수


제자 자장이 관직 생활을 하는 자세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맨 처음으로 꺼낸 이야기가 다문궐의(多聞闕疑)다. “많이 듣고 의심나는 것은 비워두라”는 뜻이다. 무릇 백성을 다스리는 자나 기업의 경영자가 갖춰야 할 첫 덕목으로 공자가 ‘다문’을 꼽았다는 것은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인터넷·모바일·소셜미디어로 촉발된 빅데이터 시대에 사실 ‘다문’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소통매체가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 구중궁궐에 갇혀 있던 옛 임금들은 미복잠행(微服潛行)을 하거나 신문고를 설치하는 등 백성들의 소리를 듣기 위해 여러 가지로 애를 썼다. 이에 비해 오늘날에는 듣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얼마든지 국민의 소리를, 고객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클릭 한 번으로 정보가 쏟아지는 빅데이터 시대에 ‘소리 듣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너무나 많은 소리가 넘쳐나다 보니 그중에 정말 중요한 것을 선별하고 분석하는 ‘궐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뿐 아니라 방대한 양의 데이터로부터 핵심적인 내용을 추출하고 요약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온라인상에서 만들어지는 빅데이터를 기술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필자가 참여한 소셜미디어상의 원자력발전에 대한 여론을 분석하는 연구가 그 예가 될 수 있다. 트위터상에서 ‘원전’ ‘원자력발전’이라는 단어를 포함하는 트윗들을 수집하고 긍·부정을 분석했는데 2009년 3월의 국민 여론을 100으로 하는 ‘원자력여론지수’를 만들고 6년간의 여론 변화 추이를 살펴보았다. 결과적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원전 비리 등의 사건이 있을 때마다 원자력여론지수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여론의 변화를 잘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빅데이터 기반의 여론 분석이 가지는 장점은 기존의 설문조사 방법보다 저비용으로 수행할 수 있고 좀 더 촘촘한 시간 간격으로 여론의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감성분석이라고도 일컫는 빅데이터 기반의 오피니언 마이닝은 정부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필자의 연구팀은 기업에 대한 국민 정서를 알아보기 위해 국내 10대 재벌을 대표하는 기업들을 한 곳씩 선정해 희로애락을 포함한 아홉 가지 다범주 감성분석을 시도했다. 연구 결과 10개 기업에 대한 국민 정서가 기업마다 상당히 상이한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국내 4개 기업 중에는 LG에 대한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좋은 것으로 분석됐는데 긍정적인 감성인 ‘행복’이나 ‘관심’ 범주의 단어들의 출현 비율이 다른 기업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업에서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발생하면 해당 기업의 이미지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가시화할 수 있었다. 이처럼 감성분석은 기업의 이미지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분석, 상품에 대한 고객반응 분석, 상품과 서비스 매출 예측, 기업가치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신속한 여론 파악과 실시간 의사 결정이 강조되는 최근의 경영 환경을 감안하면 인터넷·소셜미디어상에서 만들어지는 고객의 소리를 빠르게 인지하고 분석해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제 빅데이터에 숨겨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새로운 귀를 여는 것은 더 이상 기술적인 이슈가 아니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국민의 소리를, 고객의 소리를 열심히 듣고자 하는 의지와 그 가치를 인식하는 태도의 문제인 것이다. 정부도, 기업도 모두 빅데이터 시대에 걸맞은 ‘다문궐의’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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