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000150)밥캣 상장연기에 재무구조 개선이 급한 두산인프라코어(042670)뿐만 아니라 두산밥캣 재무적투자자(FI)들도 속을 태우고 있다. 7% 가까운 배당을 포기하고 두산밥캣 기업공개(IPO)에 올인하며 무리수까지 던졌음에도 상장이 연기되며 투자회수(엑시트) 기회가 미뤄졌다. 프리IPO(상장전 지분투자)에 투자한 FI들은 두산밥캣의 기업가치를 3조원에서 5조원까지 끌어올려 ‘IPO 대박’을 노렸다. 하지만 두산밥캣이 기관수요예측 실패로 상장을 연기하자 보유 지분의 IPO를 포기하고 상장 후 주가상승만 기다리는 형편이 됐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두산밥캣 프리IPO에 총 7,054억원(지분 21.6%)을 투자한 산업은행과 한화생명, 신영증권 등 FI들은 기관 수요예측 실패 후 구주매출을 포기했다.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주관사와 FI, 두산밥캣의 협의가 계속되고 있어 확정적이지는 않지만 FI들이 IPO를 통한 투자 회수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상장 후 주가 상승을 염두에 두고 블록딜을 통해 투자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당초 FI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주식을 되사주는 ‘콜옵션’을 활용해 투자 회수를 할 수 있었음에도 전량 IPO를 통한 매각을 선택했다. 6.9%가량의 우선 배당률에 만족하지 않고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이런 FI들의 욕심은 희망공모가밴드 하단을 3만원대에 맞춰야 한다는 주관사단의 의견이 받아들이지 않고 공모가 희망밴드를 4만1,000~5만원으로 책정하게 했다. 결국 두산밥캣의 IPO는 FI들의 지분 21.6%가 더해져 구주매출 물량이 늘었고 높은 공모희망밴드 수준에 기관 수요예측도 실패했다. FI들은 상장에 ‘올인’하며 지난 8월 전환우선주(CPS)를 보통주로 전환해 배당도 기대할 수 없다.
두산밥캣 FI들에 남은 카드는 지난해 프리IPO 당시 두산밥캣과 맺은 납일일(2015년 9월4일)로부터 4년 6개월 내 상장이 안 되면 FI가 두산밥캣 자회사를 매각할 수 있는 권한과 5년 내 대주주 지분을 공동 매각할 수 있는 권리가 유일하다. 하지만 재무구조 개선이 급한 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밥캣을 서둘러 재상장할 예정인 만큼 이 카드 사용은 사실상 어렵다. 두산밥캣은 이르면 이번주 중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작업을 재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