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소프트파워 혁명' 없인 5년 생존도 어렵다

'한국기업 혁신경쟁력' 20위로↓

단순 공정개선·변화만으론 도태

삼성·SK등 대대적 조직쇄신 바람

1215A01 한국의 기업혁신 순위1215A01 한국의 기업혁신 순위


10대그룹의 한 계열사는 최근 자체적인 비공식 경영진단에서 “지금의 조직과 사업체계로는 10년 뒤 회사의 생존을 보장하기 힘들다”는 ‘섬뜩한’ 보고서를 받았다. 회사 측은 곧바로 조직 전반에 대한 수술 작업에 들어갔고 연내 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달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 발표에서 우리 기업의 혁신경쟁력 순위를 20위로 평가했다. 지난 2007년 8위까지 올랐다가 이후 곤두박질해 9년 만에 12계단이나 수직 하락한 것이다. WEF의 기업혁신 순위는 기업인 스스로 평가하는 자체 혁신능력과 연구개발(R&D) 비용 지출 등을 반영하는데 순위 급락은 우리 기업들의 사업적 경쟁력뿐 아니라 미래에 대비한 조직혁신 등도 도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이 설문은 최고경영자(CEO) 100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기업들의 ‘자기 반성문’으로도 통한다. 10대그룹 계열사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11일 “사업체계와 영업이익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하드웨어’ 지표와 별개로 기업들이 속으로 느끼는 위기감은 훨씬 심각하다”며 “조직과 기업문화 등 ‘소프트웨어’를 바꾸지 않으면 당장 5년 뒤 생존이 어렵다는 게 주변 기업인들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소프트파워’ 혁명에 나섰다. 단순히 생산현장에서 공정(工程)을 개선하고 불요불급한 비용을 줄이는 식의 ‘습관적’ 변화 추구만으로는 4차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다가오는 신산업 환경을 따라잡지 못하고 도태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CEO들의 목소리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조직 및 직급문화 △R&D 체계 △지배구조 등 기업의 소프트파워를 통째로 바꾸는 작업이 기업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의 한 CEO는 “최근의 소프트파워 혁명은 전문경영인 중심이 아니라 총수들이 직접 이끌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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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에서 부장으로 이어지는 수직 직급체제를 허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전(全) 계열사를 상대로 일하는 습관을 통째로 뜯어고치라고 요구한 최태원 SK 회장, “관료·적당주의를 몰아내자”며 ‘젊은 한화’를 선언한 김승연 회장 등 총수들의 조직혁신 의지는 가히 ‘소프트파워 빅뱅’에 비견될 정도다.

조범상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리 기업들은 선진국 기업을 쫓던 과거와 달리 변화를 먼저 읽고 시장을 선점하는 ‘퍼스트무버’를 지향한다”며 “고직급·고연령화하는 인력구조에서 조직 구성원의 열정과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방안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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