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은 11일 사우디아라비라에서 총 6,700만달러 규모의 초고압 케이블 계약 2건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수주한 건은 사우디아라비아 전력공사가 발주한 서로 다른 2건의 개별 공사로, 설계부터 시공까지 일괄로 공사하는 EPC업체와 각각 4,000만달러와 2,700만달러에 계약했다. 이번 수주에는 독일과 일본 등 글로벌 전선 업계가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LS전선이 글로벌 경쟁사들을 따돌리고 계약을 따냈다.
LS전선이 지난 2000년 초반에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에 진출할 당시 전력청 담당자들이 국내 전선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는 것조차 꺼렸던 것을 감안하면 10여년 만에 비로소 제품과 가격 경쟁력을 확인받은 것이다. LS전선의 한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의 전선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전력청에 제품을 설명하고 기술력을 입증해 ‘벤더’로 등록해야 한다”며 “중동 시장 진출 초기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전력청 담당자들과 만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전선업계가 중동 시장에 진출할 당시 이미 유럽과 일본 등 글로벌 경쟁사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던 만큼 ‘Made in Korea’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는 LS전선이 중동 시장에서 25% 내외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윤재인 LS전선 대표는 “이번 계약은 유가 하락으로 중동 각국이 재정 지출을 줄여 대형 프로젝트들이 지연, 취소되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인 만큼 의미가 더 크다”며 “중동은 도시 유입 인구와 신도시 개발이 지속적인 증가세에 있어 앞으로 유가 상승시 전력망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큰 만큼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선 업계 전문가들은 연초 배럴당 38달러에 머물던 유가가 50달러로 상승했지만 최소 60달러는 돼야 중동에서의 추가적인 건설 공사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유가가 배럴당 60달러에 안착할 경우 미국의 셰일가스 업체들이 셰일가스 생산을 재개해 또 다시 유가를 둘러싼 치킨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따라서 재정 상황이 여유롭지 못한 중동 국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품 경쟁력과 원가 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LS전선의 또 다른 관계자는 “연 매출 3조 5,000억원 가운데 56%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고 이 중 중동이 10% 이상을 차지한다”며 “유가가 본격 상승기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제품 경쟁력과 원가절감만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편 LS전선은 중동 초고압 케이블 시장에서 해저케이블과 380kV급 이상의 지중 케이블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