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국내기업 해외법인 상장 연전연패 왜] 높은 공모가...낮은 해외신뢰...투자자 냉담

LS전선아시아·화승 미달 이어

두산밥캣은 상장 연기 '쓴맛'

해외실적만 고려해 고평가

특수목적회사 IPO 낯설고

비슷한 업종 이미 국내 상장

투자자 눈높이 맞추기 실패





기업공개(IPO)시장의 확대와 해외 현지법인의 안정적인 자금조달 창구로 기대를 모았던 국내 기업의 해외 법인 상장이 연전연패하는 기록을 세웠다. 대형 IPO로 꼽혔던 LS전선아시아와 화승엔터프라이즈(241590), 두산밥캣 등이 청약 미달을 기록하거나 상장이 연기됐다. 해외시장 성공에 눈높이가 높아진 발행사가 공모가를 높여서 제시한 반면 국내 투자자들은 여전히 해외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낮았던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22일 해외 현지법인 상장 1호인 LS전선아시아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주가는 베트남 성공신화에도 불구하고 공모가(8,000원) 대비 20.6%나 하락했다. 주가는 상장 후 13거래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공모가를 15% 이상 밑돌고 있다. LS전선아시아는 한국거래소가 지난 2012년 해외 현지법인이 국내에 지주회사 격인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워 현물출자를 한 다음 IPO를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만든 후 첫 상장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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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장 결과는 참담했다. LS전선아시아는 기관수요예측 결과 공모희망밴드(1만~1만5,000원) 하단을 밑도는 8,000원에 공모가가 결정됐고 청약경쟁률은 2.98대1에 불과했다. 인수단인 이베스트증권은 0.64대1로 미달사태까지 벌어졌다. 청약증거금은 241억원에 불과했다. 뒤이어 상장한 해외 현지법인 화승엔터프라이즈는 4년 만에 가장 낮은 공모청약 결과 0.43대1의 경쟁률로 청약이 미달 됐고 하반기 공모주 시장의 최대어로 꼽혔던 두산밥캣은 수요예측 실패로 공모가를 결정하지도 못한 채 상장 일정을 연기했다.

한껏 기대에 부풀었던 해외 현지법인의 상장이 연이어 실패한 것은 발행사와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현지법인이 국내시장에서는 진가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LS전선아시아는 베트남 진출 첫해인 1996년 19억원의 매출을 올린 후 베트남 경제성장과 속도를 같이하며 20년 만에 250배의 성장을 거뒀지만 국내에서는 전선수요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됐다. 여기다 프리IPO(상장 전 자본유치)에 투자한 사모투자펀드(PEF) H&Q코리아의 손실분을 보존해야 한다고 투자자들은 냉담하게 반응했다. 화승엔터프라이즈도 아디다스 운동화 제조업체 중 점유율 12%로 세계 2위의 상징성에도 국내 투자자는 냉담했다. 두산밥캣의 경우 미니 굴삭기 등 중소형 건설장비업계 북미시장 1위라는 점과 유럽·아시아 점유율 상승으로 해외투자자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정작 국내 수요예측 결과는 참담했다. 증권사 IPO 관계자는 “국내시장에 비슷한 업종의 관계사나 지주사가 상장돼 있어 해외 법인으로 투자를 유인하기가 힘들었다”고 평가했다. 공교롭게 3곳의 기업을 상장 주관한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발행사 눈높이에 맞추려다 보니 기업가치가 높게 책정된 현실이 있다”며 “시장 상황에 맞지 않게 기업가치를 책정해 3차례 연속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는 점에서 주관사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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