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바비인형의 선택





1959년 3월9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장난감 박람회에 흑백의 줄무늬 수영복을 입은 ‘10대 패션모델 바비인형’이 선보였다. 당시만 해도 아기 모양을 본뜬 인형 일색이던 시절이라 마텔이 내놓은 바비는 누가 봐도 실패작이 될 게 뻔했다. 하지만 바비는 출시 첫해에만 35만개나 팔려나가며 ‘대박 상품’에 올랐고 지금도 지구촌에서 3초에 하나씩 팔리는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바비인형의 장수 비결은 바로 끝없는 변신이다. 비틀스가 풍미하던 1960년대에는 긴 생머리에 미니스커트를, 디스코 열풍의 1970년대에는 반짝이 패션을 선보였다. 1980년대 초에는 흑인 바비가 처음으로 등장했고 한복을 입은 바비까지 탄생하기도 했다. 바비에 색다른 이야기를 입히는 독특한 마케팅전략도 눈길을 끈다. 마치 실존인물인 것처럼 바비에게 가족과 친구를 만들어주고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보도자료까지 돌렸을 정도다. 바비가 거쳐 간 직업만 100여가지를 넘는가 하면 2004년에는 대선후보로 출마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어쨌든 바비가 변신할 때마다 열성 팬들이 거금을 들여 새 옷을 입히느라 소동을 벌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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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 높던 바비도 최근에는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 1위에서 영화 ‘겨울왕국’의 엘사에 밀려나는 수모를 겪는다고 한다. 경쟁업체가 늘어나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정보기술(IT)장난감이 속속 등장하면서 바비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다. 여기다 초기부터 불거진 외모지상주의 논란도 이제껏 마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 초 아담한 키에 통통한 바비를 공개한 것도 사회적 다양성을 수용한 것이다.

마텔이 ‘터닝메카드’로 유명한 국내 완구기업 손오공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었다는 소식이다. 여자 어린이들에게 강한 마텔로서는 남자아이들을 주요 고객으로 거느린 손오공과 손잡고 아시아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일 것이다. 미국과 한국 1위 완구업체의 글로벌 짝짓기가 과연 어떤 작품을 탄생시킬지 주목된다. /정상범 논설위원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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