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기준 컨테이너 차량 운전자 8,377명 가운데 단 16명(0.2%)이 운송회사의 지시를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송거부율이 0.2%에 불과한 셈이다. 전체의 17%에 해당하는 1,426명은 주말에 이뤄진 사전수송으로 물량이 없어 일을 쉬었거나 회사에 미리 사정을 얘기하고 업무에 참여하지 않은 경우로 단순 운송 미참여자로 분류됐다.
국토부는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대표 업체인 CTCA(통합물류협회 컨테이너 운송위원회) 소속 15개사와 일반운송업체 77개사의 운전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이들 비중은 전체 컨테이너 차량 2만1,757대의 38.5%에 해당한다. 나머지 62%가량은 차량 1~2대를 갖고 운영하는 소규모 운송업체에 소속돼 개별적으로 영업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운송 상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지난 주말을 이용해 사전수송에 나선 덕분에 운송 차질은 아직 발생하지 않고 있다. 전날 기준 전국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소의 83.8%인 5만1,272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로 집계됐다. 전국 항만의 컨테이너 장치율은 57.9%(53만3,887TEU), 부산항은 66.8%로 양호한 수준이다. 컨테이너 장치율은 보통 85%에 이르면 차질이 발생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첫날 집단운송거부 참여가 많지 않아 물류차질이 크지 않았다”며 “특히 과거와 달리 비화물연대 운전자의 운송 미참여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화물연대가 집단운송거부의 명분으로 삼고 있는 ‘화물운송시장 발전 방안’을 반대할 논리가 부족하다고 공세를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발전방안의 핵심은 ‘화물차 수급조절제’를 폐지하고 1.5톤 이하 소형 화물차를 사실상 등록제로 전환한 것이지만 대형 화물차주로 구성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화물연대가 소형 화물차 증차에 반발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가 과거처럼 생계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파업에 힘을 실어주고 세를 과시하려는 목적이라는 지적도 하고 있다. 이승호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현재 경윳값이 1ℓ당 1,235원에서 1,280원 정도”라며 “장기간 저유가 기조가 계속돼 화물차주의 부담이 줄어든데다 수출입 감소로 콘테이너 수송수요 자체가 감소하고 있는 비상시국에 피부에 와 닿지 않는 파업명분을 내세우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화물연대는 대형 컨테이너로 구성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데다 당장 생계 문제, 고유가로 인한 부담도 없다”며 “철도파업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에 동참해 존재감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