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유가 급등 흐름에 긴장하는 정유사

단기적으로 실적개선 되지만

정제마진 낮아질 가능성 있어

경영 불확실성 커질수도

정유업계가 글로벌 유가 급등 흐름에 긴장하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단기적으로 재고평가이익이 상승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또 다른 실적변수인 정제마진은 장기적으로 낮아지는 방향으로 작용해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화학업체들은 이에 따라 원유도입처를 분산하거나 화학제품의 원재료 구성을 바꾸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면서 유가가 4·4분기 실적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8년 만에 원유 감산에 합의한 데 이어 10일(현지시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감산 고려 방침을 밝히면서 유가가 수직 상승하자 시장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연이은 원유 감산 소식에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3% 이상 급등하며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가가 올해 배럴당 60달러선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유사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단기적으로 보면 유가 상승은 실적에 플러스 요인이다.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들이 미리 사들여 쌓아놓은 재고의 가치가 뛰기 때문이다. 예컨대 SK이노베이션이 20일분의 재고를 가졌다고 가정할 경우 원유재고 규모는 약 2,340만배럴로 추산되는데 이때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재고평가이익은 272억원가량 상승하게 된다.

관련기사



이 때문에 유가가 완만하게 오를 경우 4·4분기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올 들어 승승장구했던 정유·화학업체들은 3·4분기 들어 전 분기 대비 절반가량 떨어진 성적표를 받아들었으나 유가가 오르면 단기적인 실적 내림세를 만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정유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의 경우 2·4분기 영업익이 1조1,195억원에 달했지만 3·4분기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4,000억~6,000억원대 영업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3·4분기 재고평가 손실로 영업이익이 낮아졌지만 4·4분기에는 유가 덕에 이익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정유사 실적에 또 다른 변수가 되는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및 각종 비용을 뺀 수치)은 유가 상승으로 더 떨어질 수 있어 악재로 작용할 개연성이 있다. 물론 원유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정제마진이 무조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원유값이 오른 만큼 제품 가격을 올려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가 변수와 별도로 최근 중국 등 아시아 역내에서 정제설비 가동률이 높아지며 공급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정유사가 제품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유사들은 수입처 다변화로 유가 상승 리스크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GS칼텍스가 오는 11월 미국 본토에서 생산된 원유 100만배럴을 국내에 들여올 예정이고 기타 정유사들도 이란산(産) 원유 수입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이란은 OPEC 감산 결의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계속 생산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공언해왔다.

나프타분해설비(NCC)를 보유한 유화업체들은 나프타보다 싼 액화석유가스(LPG)를 활용한 제품 생산을 늘리며 유가 상승에 대응하고 있다. 유화업체들 역시 나프타 가격 하락 속에 마진이 개선돼 최근 좋은 실적을 내왔다.

서일범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