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한승원 "내 삶의 여신, 어머니께 바치는 헌사"

등단 50년 새 장편 '달개비꽃 엄마' 펴낸 한승원 작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삶

자전적 소설로 그려내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

"딸 하고픈 거 밀어줄 뿐"



“제게 소설가로의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신 분이 어머니였어요. 모든 인간에게 위안과 치유를 주는 ‘우주적인 자궁’이자 여신 같은 존재가 바로 그분이죠.”

소설가 한승원(78·사진)이 등단 50주년을 맞아 펴낸 새 소설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2년 전 돌아가신 고(故) 박점옹 여사를 강인한 생명력과 다산성의 ‘달개비 풀꽃’으로 비유했다. ‘다른 풀들은 시들어 죽어갔지만 달개비풀은 혼자만 살아남아 남보랏빛의 꽃을 피워냈었다. (중략) 오동통한 달개비 풀꽃처럼 강인하게 세상을 산 한 여인, 나의 어머니를 위하여 이 소설을 쓴다.(본문 12쪽)’ 한승원의 신작 ‘달개비꽃 엄마(문학동네)’는 모친에 대한 ‘깊이 읽기’이자 작가 자신의 삶과 문학을 반추하는 작품이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어요.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을 전폭적으로 밀어주시기도 했고요.” 참 사이 좋은 모자(母子)였다. 어머니의 젊은 시절 이야기부터 삶의 마디마디 이야기를 이토록 세세하게 담아낸 것을 보면 모친 생전 아들과 참 많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승원은 소설 속 화자인 ‘나’로 등장해 실제 있었던 일을 글로 풀어낸다. 등장인물의 이름도 작가와 어머니·가족들의 실제 이름을 그대로 썼다. 그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뒤 내가 가장 노릇을 했다”며 “어머니도 내게 의지하면서도 공평하게 11명의 자식을 홀로 키워내셨다”고 회상했다. 11남매의 둘째인 한 작가는 “어머니의 사랑에는 ‘하늘의 저울’ 같은 공평함이 있어 다른 자식이 어려움에 부닥치면 늘 내게 와 사정을 말씀하시고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셨다”며 “내가 그분에게서 받은 것이 많다는 생각에 불만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그럴수록 글이 더 잘 써졌고 인세나 원고료 사정도 좋아졌다”며 “이 모든 것이 어머니의 의지 덕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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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냐, 오냐, 니 쓰라린 속. 이 어메가 다 안다. 내가 다 안다. 울어야 풀리겄으면 얼마든지 실컷 울어라.(216쪽)’ 청년 시절, 진로에 대한 고민과 불투명한 미래, 거듭된 실패로 절규하던 둘째 아들은 엄마 품에 안겨 아이처럼 울어댔다. 작가는 말한다. ‘어머니가 그렇게 나를 품어 달래지 않았으면 어찌 되었을까. 아버지의 지청구만 있었다면 나는 어떤 큰일인가를 저지르고 청송감호소에나 들어가 살게 되었을지도 모른다.(216쪽)’

큰 사랑을 받고 자랐기에 자신의 딸에게 유독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한 작가의 딸은 지난 5월 영국 맨부커상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이다. “딸이 어릴 때 제 사정도 그리 좋지는 않았어요. 많은 동생과 함께 살면서 정작 내 자식에게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어머니가 제게 그러했듯 딸이 하고자 하는 바를 밀어줄 뿐이었죠.” 딸에게 작품에 대한 특별한 평을 하지 않는다는 한 작가는 “한강은 이미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세계를 가고 있어 오히려 내가 배우는 게 많다”며 “‘이렇게 저렇게 써야 한다’고 평하는 것은 결국 ‘나를 닮으라’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겠느냐”고 딸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달개비 풀꽃’에 대해서도 “독자들이 어머니라는 존재를 신화적으로 느끼고 사랑하며 효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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