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고인돌] "밀키웨이와 미리내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안나미 교수의 '별 따라 전설 따라'

11월1일까지 강남도서관서 열려

동양의 천문학과 별자리 전설 소개

안나미(사진) 교수가 11일 강남도서관에서 은하수에 놓인 견우와 직녀 별자리를 보면서 관련된 전설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안나미(사진) 교수가 11일 강남도서관에서 은하수에 놓인 견우와 직녀 별자리를 보면서 관련된 전설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서양에선 은하수를 헤라 여신의 젖이 흘러 생긴 강이라고 해서 ‘밀키웨이(milkyway)’라 부르고 동양에선 용이 다투다가 하늘이 찢어져 생긴 틈을 메워서 생긴 흔적이라고 해서 ‘하늘의 틈’이라고 부른답니다. 은하수가 순 우리말로 ‘미리내’ 즉, 용이 사는 시내라고 부르는 것도 중국의 전설에서 유래된 것이죠. 미르가 용, 내가 시내라는 우리말이라는 건 다 아시죠?”

지난 11일 저녁 7시 강남도서관. 50여명의 수강생이 빈자리 없이 세미나실을 가득 채웠다. 안나미(사진) 성균관대 교수의 고인돌 강좌 ‘별 따라 전설 따라’를 듣기 위해서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운영하는 시민 인문학 프로젝트로 올해 4회째다.


안 교수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근거로 한 서양의 별자리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고대로부터 내려온 동양의 천문학 연구 수준과 별자리에 얽힌 전설을 통해 이땅에 살았던 옛 사람들의 삶에 대한 태도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소개했다. “같은 밤 하늘이지만 동양과 서양은 별자리 구분과 거기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달랐어요. 동서양의 오랜 역사와 문화적 차이에 따른 것이지요. 2500여년전 초나라의 정치가이자 학자였던 굴원(屈原)은 천지의 개벽과 우주의 생성이 궁금해 ‘천문(天問)’을 지어 노래했어요. 그때 벌써 세상의 이치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던 것이지요. 이같은 학자들의 궁금증은 천문학이 발전하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서양의 과학문명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어서 동양의 천문학 역사에 대해서는 연구가 부족하죠. 그리고 장자 등에 우주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있지만 대부분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치부해버리죠.”

관련기사



안 교수는 은하수, 해와 달 등에 얽힌 전설을 소개하면서 옛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인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견우와 직녀의 전설은 중국에서 내려온 이야기입니다. 지금도 중국에서는 연인들의 날이라고 해서 칠월칠석날을 기념하고 있죠. 우리나라에는 견우와 직녀와 비슷한 ‘짚신 할매와 짚신 할배’ 전설이 있고, 일본은 ‘직녀와 하언(소치는 사람)’이라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어요. 견우와 직녀의 변주라고 할 수 있죠.” 그는 해와 달에 얽힌 전설로 강의를 이어갔다. “해는 황제를 달은 황후를 상징한답니다. 옛 사람들은 해에 까마귀가 살고, 달에는 두꺼비가 산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해를 금오(金烏), 양오(陽烏), 삼족오(三足烏) 등으로 표현한답니다. 고구려 벽화에 삼족오가 등장하는 것도 태양을 상징하는 것이랍니다. 또 달은 금섬(金蟾), 옥섬(玉蟾) 등으로 불렀어요. 달에는 토끼가 두꺼비와 같이 살고 있다고 해서 섬토(蟾兎)라고도 하지요. 달빛이 섬광(蟾光)이라고 하는 것도 여기서 유래가 된 단어랍니다.” 수강생들 중 중장년층은 어린시절 할머니, 할아버지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떠올리며 하늘의 별자리와 전설이 어떻게 유래되었는지를 이해해 나갔다.

안 박사는 “한중일 3국이 중국의 영향권에 있지만,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는 조금씩 다르답니다. 한가지 기이한 점은 세나라 중에서 우리나라만 유독 별에 얽힌 전설이 턱없이 적다”면서 “구전되어 내려오는 이야기인 탓에 일제시대에 급격한 서양문물이 갑자기 밀려와서 기록되지 못한 채 사라진 것이 아닐까 추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즈음 게임이나 스토리 산업의 중요한 원천 중 하나가 신화인데 서양과는 차별화 하면서도 세계 시장에 통하는 콘텐츠를 만들려면 우리 신화에 대한 심화연구가 필요하다”라면서 “전설도 같은 맥락으로 각 지역별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녹취해서 콘텐츠 산업의 재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총 4강으로 진행하는 이번 강좌는 1강 동양과 서양의 별자리는 어떻게 다른가, 2강 하늘의 중심 북두칠성, 3강 겨울 하늘의 주인 삼태성, 4강 자수를 보장해주는 노인성 등으로 구성됐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는 고인돌 4기의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문학박사)

장선화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