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부산시민 10명에 8명 ‘지진에 불안’

<부산발전시민재단 제공><부산발전시민재단 제공>




김미희(40·여·부산 사하구)씨는 2주 전 인근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아침 2알, 점심 1알, 저녁 2알씩 복용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저녁 경북 경주시에서 일어난 규모 5.1과 연이어 발생한 규모 5.8 지진의 진동을 느낀 이후 집이 무너져 가족 모두 죽을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불면증, 소화불량, 손 떨림 등 불안 증세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당시 김씨를 진료했던 정신과 의사는 김씨의 증세가 심각한 것으로 보고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처방했다.

김씨는 “부엌에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다 지진을 경험한 이후부터 남편과 다섯 살배기 아들에게 제대로 된 식사를 차려주지 못하고 차에서 지내는 등 일상생활을 할 수 없다”며 “인근 공사 현장의 소음 등에도 손 떨리고 식은땀이 나지만 다행히 약 때문인지 차츰 불안 증세가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었으나 부산지역 시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부산발전시민재단이 20대 이상의 성인 81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사는 집이 지진에 안전하다고 생각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부산시민 77.8%(불안한 편 48.4%, 매우 불안 29.4%)는 집이 지진에 불안하다고 답했다.


안전하다는 응답은 14%(매우 안전 1.2%, 안전한 편 12.8%)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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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경주 일대 지진 여파로 부산시민 역시 집들이 흔들리는 경험을 한 결과로 보인다는 게 재단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언론매체와 SNS 등을 통해 경주 지진 뉴스 등을 끊임없이 접한데다 최근 지역을 할퀴고 간 태풍 ‘차바’로 불안, 스트레스가 가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태풍 때문에 창문이 흔들리는 소리에도 심장이 두근두근하는 등 쉽게 놀라 불안이 더 늘었다”며 “2~3분 시간 차를 두고 국민안전처와 부산시에서 보내는 재난문자에도 소스라치게 놀란다”고 말했다.

김씨 외에도 부산 지역에는 ‘나만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아이들이 창문 흔들리는 소리에도 지진이라며 불안해한다’는 등의 불안을 호소하는 시민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재단 관계자는 “특히 여성(82.7%)과 40대(83.3%)에서 지진에 대한 불안이 높게 나타났다”며 “이번 경주 일대 지진을 직접 체험한 부산시민들은 지진에 대한 공포와 더불어 지진으로 인한 일본의 후쿠시마원전과 같은 사고로 이어질까 봐 걱정하는 매우 불안한 심리상태”라고 말했다.

실제 부산 인근의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지진안전도를 묻는 질문에 안전하다고 답한 부산시민은 7.8%(매우 안전 0.5%, 안전한 편 7.3%)에 그친 데 반해 불안하다는 87.5%(불안한 편 39.9%, 매우 불안 47.6%)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설문지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오차 한계는 95% 신뢰 수준에서 ±3.4%이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조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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