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처가 태어난 지 2년도 안돼 존망의 위기에 처했다. 해경이 불법조업 중국 어선을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며 해경 조직을 다시 독립시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소방과 해경 업무를 관할하는 안전처로서 해경의 독립은 곧 조직의 와해나 다름없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공적인 된 해경과 함께 온 나라가 안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미친 듯이 들끓었던 것을 뒤돌아보면 다소 어안이 벙벙하다. 안전처는 미국의 연방재난관리청(FEMA)과 같은 국가 재난 관리의 중심축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요구에 따라 태어난 부처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구조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해경을 해체하고 소방 조직과 합쳐 안전처를 새로 만들었는데 중국 어선 때문에 다시 ‘원위치’로 돌아갈 수도 있는 운명에 놓인 것이다.
안전처가 태어날 때부터 땅과 바다에서 온갖 사고가 터지면 ‘동네북’ 신세가 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실제로 사고가 일어나면 왜 발생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나 분석 대신 막무가내 식으로 안전처만을 희생양 삼아 물어뜯는 경향도 짙다. 특히 정치권에서 안전처가 안전 관리에 무능하다며 해체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내놓는 것을 보면 솔직히 어이가 없다. 올 4월 초 총선을 며칠 앞두고 충청표를 얻기 위해 중앙재난안전상황실조차 없는 세종시로 무턱대고 옮기도록 결정한 주체가 누구인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비례대표를 포함해 단 한 명의 안전 분야 전문가도 공천하지 않은 곳은 또 어디인가. 오죽했으면 이번 국감에서조차 부처의 위상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대통령과의 거리에 비례하는데 안전처 장관이 가장 먼 곳에 앉아 있다는 점까지 지적됐을까.
자신의 허물에는 눈감은 채 앞뒤 가리지 않고 무턱대고 안전 조직을 뒤흔드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지 짚어봐야 한다. 안전처의 문제점마저 감쌀 생각은 털끝만치도 없다. 지진과 태풍 대응 과정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냈고 이번 중국 어선 사건도 공권력이 유린당하고 은폐 의혹까지 받고 있는 점은 반드시 밝혀내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선돼야 할 문제점이지 그렇다고 해서 부처 자체를 없애버리자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발상이다.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안전처를 없앤 후 또다시 재난이 터지면 그때는 누굴 향해 비난의 화살을 겨눌 것인가. 두 살이 채 되지 않은 안전처는 앞으로 안착해야 할 조직이다. 타 정부 부처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안전 조직과 원활한 업무 조율, 안전혁신마스터플랜 추진 등 해야 할 일들도 많다. 지난달 ‘경주 지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듯이 아직도 우리나라의 안전에 대한 정부 역량과 국민적 인식은 걸음마 수준이다. 장관급 조직을 만들어 놓고 불과 2년도 안돼 다시 해체를 운운한다면 과연 우리나라의 안전 인프라는 언제 정착시킬 것인가. 어쩌면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정책이야말로 진짜 ‘안전의 적’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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