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게 경보 대표선수가 된 만복으로 변신한 심은경은 “경보경기 도중 만복의 선택을 보고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 남보다 앞서가는 대신 조금 늦을지라도 자신의 속도에 맞춰 미래를 그려나가도 괜찮다는 메시지에 대한 깊은 공감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12일(수)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 영화 ‘걷기왕’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백승화 감독과 배우 심은경, 박주희, 김새벽, 허정도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걷기왕’은 선천적인 멀미증후군으로 어떤 교통수단도 탈 수 없어 학교까지 왕복 4시간 거리를 걸어다니던 만복(심은경)이 ‘경보’를 시작하면서 자신과 만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 기성세대가 청춘에 강요하는 패기와 열정, 간절함 대신 ‘힘들면 언제든 걸어도 좋다’는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심은경은 클라이맥스 장면을 작품 선택의 이유로 꼽았다. 그녀는 “내 또래나 10대들이 꿈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나 또한 그런 시기”라며 “최근에 내 미래는 어떻게 그려나가야 할지, 빨리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지만, 영화를 촬영하며 ‘천천히 걸어가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심은경은 시나리오를 접하고 촬영할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울컥하며 눈물을 꾹 참기도 했다. 원하던 메시지가 아주 잘 전달된 것 같아 기쁘다는 그녀는 “시나리오를 읽고 촬영하면서 힐링이 된 것 같다. 내가 자신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도 들었고, 나도 만복이처럼 천천히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즐기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빨리 걸으면 된다’는 선입견이 심한 경보 훈련과정은 생각보다 힘들었다고. 심은경은 “처음에는 간단하게 생각했는데 굉장한 디테일을 요구하더라”며 “곧은 자세에서 다리를 굽히지 않고 걷는게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래도 박주희와 함께 연습하며 재미있고 새로운걸 배울 수 있어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다양성 영화를 좋아해 시나리오에 더 관심이 갔다는 그녀는 한국영화의 장르적 확대에 대해서도 남다른 의견을 피력했다. 심은경은 “다양성 영화들이 보다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앞으로도 ‘걷기왕’ 같은 영화들이 많이 제작돼 한국영화의 장르가 보다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어떤 교통수단도 탈 수 없는 소녀를 통해 ‘힘들면 잠시 걸어도 괜찮다’는 따스한 위로와 희망을 건넬 영화 ‘걷기왕’은 20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