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은 기준금리 동결 이유는… "정부 억제책에도 가계부채 증가세 여전하다"

10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경제DB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경제DB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월까지 기준금리를 4개월째 묶은 것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여전하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잇따른 억제책에도 가계부채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상황에서 자칫 금리 인하가 기름을 부은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금융투자협회가 금통위를 앞두고 한 채권전문가 설문조사에서도 한은이 현행 1.25%인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응답자가 98%에 달했다.

한은이 전일 발표한 9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688조4,000억원으로 8월보다 6조1,000억원(한국주택금융공사 정책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 늘었다. 이는 한은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이후 9월 기준으로 지난해(6조2,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의 9월 평균 증가액(1조6,000억원)에 비하면 네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정부가 가계대출 소득심사를 강화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집단대출 보증비율을 낮추는 등 잇따라 억제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여전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분할상환 비중 확대 △차주(대출받는 사람)별 소득심사 강화 △HUG의 집단대출 보증 한도와 건수 제한 등 가계부채 억제책을 연이어 내놓았다. ‘8·25 대책’에서는 HUG가 보증해주는 집단대출 비율을 기존 100%에서 90%로 낮췄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은 만큼 한은도 당분간 가계부채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다만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등 대표 수출기업의 실적 악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등 하반기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는 악재들이 여전한 상황이다. 정부는 재정집행률을 높이고 지방재정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촉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10조원 규모의 ‘미니 부양책’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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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발(發) 고용시장 찬바람도 거세다. 9월 기준 실업률이 3.6%로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취업자 증가 폭도 20만명대로 둔화했다. 실업자는 12만명(13.9%) 불어난 98만6,000명으로 100만명에 육박했다. 더욱이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단종 등으로 부품업체의 생산 차질과 감원이 우려되고 있고, 조선업 구조조정 속도가 빨라지는 등의 여건을 감안하면 고용시장 충격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는 12월 이전에 한은이 움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이주열 총재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한은 전망치인 2.7%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기준금리 동결 행진이 당분가 이어질 수 있을 가능성도 크다. 이 총재는 지난 7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 총회’ 참석차 방문 중인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연간 경제 성장률 2.7% 달성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에서도 성장률 조정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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