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를 단종한 데 대해 국제신용평가사들이 13일 다소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피치가 블랙베리와 노키아의 사례를 들며 삼성전자와 ‘갤럭시’ 브랜드 가치의 손상이 장기적으로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번 일로 인한 시장 입지 변화를 내년 상반기까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피치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전자에 대해 “‘갤럭시노트7’의 단종 및 리콜에 따른 직접적 손실보다는 장기적으로 나타날 브랜드 가치의 손상이 신용도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이 문제가 삼성전자 휴대전화부문의 장기적 불확실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피치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폭발 과정에서 연구개발 능력과 심각한 하드웨어 결함이 발생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에서 모두 약점을 노출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와 ‘갤럭시’ 브랜드의 이미지가 실추된 채로 이어진다면 갤럭시노트7을 구매했거나 앞으로 구매하려던 소비자들은 애플 등 경쟁사 제품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휴대전화 시장에선 블랙베리·노키아처럼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던 기업들도 기술 변화나 소비자 선호도의 변화에 따라 급속히 점유율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S&P는 삼성전자가 내년 상반기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을 출시한 후 빠른 시일 내 손상된 평판을 회복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상윤 이사는 “삼성전자의 시장 입지가 얼마나, 언제까지 줄어들지 현재는 불확실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 제품의 품질과 브랜드 평판의 훼손은 불가피하며 스마트폰 시장 내 지위도 다소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동일했다. 한 이사는 “향후 몇 분기 동안 추가적인 비용과 신규 스마트폰 판매 부재는 영업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양 신용평가사 모두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단종이 신용등급에 당장 위협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충분한 유동성과 탄탄한 재무지표 등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반도체·디스플레이·생활가전 등 다른 부문의 실적이 좋고 제품 포트폴리오도 다양하다는 게 이유다. S&P는 “삼성전자의 순현금 보유고가 6월말 기준 65조원에 이를 뿐 아니라 영업현금흐름도 양호하다”고 밝혔다. 피치 역시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량이 약 12조3,000억원의 총 차입금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