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개방형 혁신'으로 선교방송의 새 지평을 열다

인터뷰 | 김명전 GOODTV 대표, '글로벌선교방송단' 등 앞세워 기독교방송 혁신 주도

김명전 대표가 GOODTV 본사 사옥에 마련돼 있는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김명전 대표가 GOODTV 본사 사옥에 마련돼 있는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GOODTV(기독교복음방송)는 기독교 복음 전파에 앞장서고 있는 기독교 방송사 중 하나다. 최근 GOODTV는 다양한 경영혁신 활동으로 기독교계와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새로운 변화의 선봉에는 김명전 GOODTV 대표가 서 있다. 그는 방송사 프로듀서(PD)와 기자를 거쳐 정치, 기업, 대학, 사회단체 등 다방면에서 활동해온 팔방미인이다. 지난해 10월 운명처럼 GOODTV 대표직을 맡아 자신의 ‘달란트’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지난해 9월 어느 날이었다. 김명전 대표는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에게 서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GOODTV 대표이사를 맡아주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초(超)교파 방송’을 지향하는 GOODTV는 다수의 교회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1대 주주는 여의도순복음교회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김 대표는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다니면서 이 목사와 친분을 쌓은 사이다. 이 목사는 GOODTV의 경영혁신을 이끌어낼 적임자를 물색하다가 KBS PD와 기자를 거쳐 EBS 부사장을 역임한 방송 전문가인 김 대표를 선택했던 것이다.


기독교 신앙인으로서 방송 노하우와 경륜까지 풍부한 김 대표가 이 목사의 눈에 쏙 들어온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선뜻 이 목사의 제안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국내 빅4 회계·컨설팅법인 중 하나인 EY한영에서 부회장으로 재직 중인 터였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겸직’을 묘안으로 제시했다. 고심 끝에 김 대표는 EY한영에 GOODTV 대표직을 제안받은 사실을 알리고 상의했다. 그런데 회사 측은 이례적으로 GOODTV 대표 겸직을 허락했다. GOODTV가 영리를 추구하는 상업방송이 아니라 선교를 위한 종교방송인 데다, GOODTV 대표직 역시 개인의 명예나 이익보다는 ‘봉사’의 의미가 더 큰 직책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었다.

김 대표는 말한다. “돌이켜보면 제가 GOODTV 대표직을 맡게 된 것은 하나님의 ‘부르심(소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국회의원이 되려고 세 번 도전했다가 모두 공천 과정에서 고배를 마셨습니다. 아쉬운 것은 90% 이상 될 듯하다가 막판에 실패로 끝났다는 점이죠. 세 번째 도전에서 실패한 후에는 ‘하나님께서 나를 정치인으로 쓰실 계획은 없으신가 보다’ 하면서 깨끗하게 마음을 정리했지요. 제가 GOODTV 대표직을 맡은 이후로는 주말이나 휴가도 없이 일할 만큼 바쁩니다. 하지만 피곤하기보다는 오히려 즐겁기만 합니다. 성경에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잠언 16장 9절)“는 구절이 있습니다. 제가 GOODTV 대표로 오게 된 것도 하나님께서 인도하셨다고 믿습니다.”




김명전 대표는 “기독교의 본질을 널리 알리는 게 GOODTV의 역할”이라고 말했다.김명전 대표는 “기독교의 본질을 널리 알리는 게 GOODTV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언론·정치·경영 등 두루 경험한 팔방미인
김명전 대표는 한 시대를 풍미했다고 할 만큼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KBS PD로 사회생활 첫걸음을 뗐다가 나중에 기자로 직종을 전환했다. 그는 정치부 기자 시절의 경험을 살려 김대중 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 언론비서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 후 EBS 부사장으로 부임해 ‘방송경영’을 경험한 데 이어, 삼정투자자문 대표이사와 삼정KPMG그룹 부회장을 역임했다. 언론, 정치, 경영을 두루두루 경험한 것이다. 언론학 박사인 그는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도 가르쳐왔다. 현재는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로 활동 중이다.

김 대표는 다소 의외의 직함도 가지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숲과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미래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공익 사단법인 ‘한국숲사랑청소년단’ 이사장이 그것이다. 한국숲사랑청소년단은 환경운동을 펼치는 사단법인으로는 국내 1호의 기록을 갖고 있다. 주목할 것은 김명전 대표가 설립자라는 사실이다. 그는 30대 초반에 일찌감치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고 한국숲사랑청소년단을 설립했다고 한다.

이처럼 그가 다방면에서 쌓아 올린 경륜은 GOODTV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GOODTV 대표로 부임해 조직 전체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어 왔다. 그는 콘텐츠 혁신과 수익구조 개선을 경영혁신의 양대 축으로 삼았다.

김 대표가 말한다. “제가 처음 부임해 회사 상황부터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그동안 GOODTV는 선교와 복음 전파에만 치중하다 보니 ‘기업’으로서는 성과가 부족했습니다. 자연히 재무상태도 열악할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저는 취임 초부터 두 갈래로 혁신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는 콘텐츠 혁신이고, 다른 하나는 경영 측면에서 수익기반 확충이었죠. 그런데 방송 콘텐츠를 혁신하려면 자본과 인력이 추가적으로 투입돼야 합니다. 하지만 GOODTV의 재무상태가 여유롭지 못해 그것도 뜻대로 하기 어려웠죠. 그래서 제가 고안한 것이 바로 ‘글로벌선교방송단’이었습니다.”

김명전 대표가 GOODTV의 경영혁신을 위해 쓸 수 있는 내부 자원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렇다고 주주 교회들에게 재정 지원을 요청하는 것도 쉽지 않은 여건이었다. 그는 오랜 경험과 풍부한 경륜을 통해 ‘솔루션’을 찾아냈다. 외부 자원을 활용한 내부 혁신이 바로 그것이다. 이른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개방형 혁신)’에서 답을 찾은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경영혁신의 대가 중 한 명인 헨리 체스브로 미국 버클리대 교수가 제시한 개념이다.

김 대표의 아이디어로 설립된 글로벌선교방송단이 바로 오픈 이노베이션의 결과물이다. 글로벌선교방송단은 한국 기독교계 전체를 대상으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인적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특징이다. 글로벌선교방송단의 조직 체계는 ▲선교방송 회원교회 ▲교회기자 ▲선교방송PD ▲선교사기자 등 4개의 기둥으로 이뤄진다. 주목할 것은 ‘국내외 곳곳에서 펼쳐지는 선한 사역(使役)을 발굴해 널리 알리자’는 GOODTV의 취지에 공감하는 교회와 성도, 선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단원으로 합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처음 출범한 GOODTV 글로벌선교방송단은 현재 약 1,000개의 선교방송 회원교회를 비롯해 총 2,700여명의 단원을 확보하고 있다. 그중 교회기자 및 선교방송PD가 약 600명, 선교사기자가 약 2,100명에 달한다. 방송 제작 인력의 양적인 측면만 본다면 그 어떤 대형 방송사도 부럽지 않은 수준인 셈이다. 더욱이 글로벌선교방송단은 상시적으로 단원을 모집하고 있다. 앞으로도 인력 규모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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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선교방송단은 GOODTV의 난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묘책 중의 묘책이 됐다. 다시 말해 인력 부족, 자본 부족, 콘텐츠 강화 필요성이라는 세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김명전 대표는 말한다. “기독교 방송사들은 대체로 수익기반, 전문인력, 방송시설 등이 미흡한 편입니다. 이런 상황을 일시에 해결하려면 많은 비용이 투자돼야 합니다.

저는 비용을 투자하지 않고 혁신을 이끌어내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했습니다. GOODTV의 취재 인력은 10명 남짓 됩니다. 다른 기독교 방송사들보다는 많은 편이죠. 하지만 그 정도 인력으로 국내외 기독교계에서 일어나는 선교와 복음의 사역들을 모두 뉴스로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고안해낸 제도가 글로벌선교방송단입니다. 단원들은 대부분 선교에 대한 소명의식을 갖고 봉사 차원에서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콘텐츠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됐죠. 또한 기독교 방송사들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던 일반 광고 수주 활동을 강화하면서 수익기반을 확충해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상반기에 10%가량 성장했는데, 하반기에는 좀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비(非) 기독교인도 아우르는 보편성 지향
통상적으로 종교 방송사는 일반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여느 방송사와 달리 선교를 주목적으로 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종교 방송의 콘텐츠 역시 해당 종교를 찬양하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선교라는 고유의 사명을 감안하면 비(非) 종교인들이 마음을 열고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김명전 대표 역시 이런 점에 주목했다. 그는 취임 후 GOODTV의 CI를 변경했다. 기존 CI에는 십자가 형상이 포함돼 있었는데, 이를 과감하게 삭제하고 좀 더 심플하고 세련된 형태로 바꾼 것이다. 여기에는 GOODTV가 개방성, 확장성, 보편성을 지향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김 대표의 설명이다. “기독교를 믿지 않는 시청자들도 저희 채널에 좀 머물러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CI를 변경했습니다. GOODTV의 설립 취지는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것입니다. 사실 교회와 목회자 중심으로 수많은 선한 사역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일반 사회에서는 잘 모릅니다. 그 때문에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한번 심어지면 대단히 큰 장벽이 생기게 되죠. 하지만 신앙을 갖고 있지 않은 분들이 교회의 긍정적인 면면을 알게 되면 교회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될뿐더러 나아가 하나님을 믿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GOODTV는 다양한 콘텐츠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교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 기독교계 소식만 다루던 주간 뉴스를 대폭 확대·개편해 매일매일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의 핫이슈도 다루는 종합뉴스채널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방송이라고 해서 반드시 설교, 성경 강해(講解), 신앙 간증 등의 프로그램으로만 채울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기독교인들도 24시간 내내 설교나 신앙 간증만 듣기를 원하지는 않거든요.”

GOODTV는 오는 10월 하순 프로그램 편성 개편을 하면서 새로운 콘텐츠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 대표는 탈북민들이 한국에 들어오기까지 사선(死線)을 넘나들며 경험한 기적 같은 여정을 생생하게 다루는 ‘오, 자유여!’, 영어와 중국어를 쉽게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한GLO 기적의 영어·중국어’,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특집’ 등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탈북민 3만명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가 탈북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향후 통일 시대에 대비해 그들을 남북 사회통합의 선봉장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며 ‘오, 자유여!’라는 프로그램의 기획 취지를 강조했다.

김 대표 부임 후 GOODTV는 문화·예술을 통한 선교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문화·예술 선교단도 신설했다. GOODTV 여성합창단, GOODTV M.A.Y 심포니 오케스트라, GOODTV 오페라단 등 3개 조직이 그것이다. 특히 GOODTV M.A.Y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실력파 단원으로 구성해 세계 최고 수준의 선교 오케스트라를 지향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또 100여명의 목사들(대부분이 각 교회 담임목사)로 구성된 GOODTV 부흥사협의회도 최근 발족했다. GOODTV의 이름으로 선교와 복음의 붐을 일으키는 게 목표라고 한다.

김명전 대표가 GOODTV를 이끈 지는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GOODTV에는 그야말로 엄청난 변화의 물결이 일었다. 임직원들은 확 달라진 조직의 활력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런 것이 바로 최고경영자의 역량일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모든 공을 하나님에게 돌린다. 아울러 임직원들이 함께한 결과라고 겸손해한다. 그는 지금까지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소명을 다하는 일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난 1년 동안 GOODTV가 이뤄낸 큰 변화는 하나님이 계셔서 가능했던 일인 것 같습니다. 제가 GOODTV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가장 역점을 둬야 할 일은 무엇보다 기독교의 본질에 대한 사람들의 공감을 확산시켜나가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한 원리는 바로 ‘사랑’입니다. 제 인생을 이끌어온 가장 큰 동력 역시 사랑의 힘이죠. 저는 GOODTV 대표로서 하나님의 창조 원리인 사랑으로 움직이는 ‘굿월드(Good World)’를 만들어가는 데 온 힘을 다할 생각입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윤현 기자 unyon@hmgp.co.kr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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