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산이 푸르기만 하면 될까

심우경 고려대 명예교수·세계상상환경학회장

심우경 고려대 명예교수·세계상상환경학회장심우경 고려대 명예교수·세계상상환경학회장


우리 국토는 63%가량이 산인 산악국가다. 이 산을 잘 관리하도록 정부에서는 산림청을 설립했으며, 현재 1,000여명이 넘는 직원과 1년에 2조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이런 산림청이 국토녹화를 성공적으로 달성했으니 도시에 나와 조경을 하겠다고 나선다면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 1950년대부터 산림청이 녹화사업을 함으로써 국토녹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자랑하고 있는데 공부를 해보니 예전처럼 한가지 수종(단순림)으로 조림한 것은 생태계를 위해 아주 잘못된 조림방법이었다. 민둥산이라 척박한 토양에도 자라는 미국산 아카시나무·리기다소나무 등 외래 수종을 심었는데 이 또한 크게 잘못된 조림사업이었다. 50여년 전에 심었던 이 나무들이 지금쯤은 목재가 될 수 있어야 하는데 약간 남아 있는 아카시아 말고는 리기다소나무는 찾아볼 수 없으며, 더구나 이 리기다소나무는 거의 쓸모가 없다. 그런 중 서울대 현 교수라는 분이 우리 국토에 적합한 은수원사시라는 수종을 육종했다고 청와대에 보고하자 그분 성을 붙여 현사시나무라고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다. 제주도부터 강원도까지 전국 도로변에 현사시로 조림했지만 지력만 소모했을 뿐 전혀 쓸모없는 수종이었다.

산이 푸르게 된 것은 큰 다행이지만 과연 조림사업을 통해 산림녹화가 됐는지 따져 볼 일이다. 북한을 포함한 후진국의 산은 공통적으로 민둥산인데 가장 큰 이유는 연료림 채취에 연유한다. 1950·1960년대 우리 산도 민둥산이었던 것은 국민들이 연료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뒷산 나무를 몰래 베다가 밥도 해 먹고 추운 겨울 난방도 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산감(山監)이 단속을 해도 산에 나무가 남아 있을 수 없었다. 군사정권이 중화학공업정책을 강력히 추진해 달러를 벌어들였고 차츰 경제가 나아지자 석탄 기름 등 에너지를 수입해 보급함에 따라 뒷산에 나무하러 갈 필요가 없어졌다. 소위 천이(遷移·나지를 방치하면 풀이 자라기 시작하고 이어 가시덩굴, 키 작은 나무, 키 큰 나무가 자라게 되는 자연현상)가 일어나 자연숲이 된 것이다.


당시 산림청이 전문기관이라면 우리 국토에 맞는 경제수종을 개발해 장기계획으로 조림사업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산림청이 설립된 후 경제가치가 있는 수종을 개발한 실적이 거의 없다. 근래에는 남부지방에는 일본산 편백을, 중부지방에는 미국산 백합나무로 조림하고 있는데 이 외래수종이 자국에서만큼 목재가 될 정도로 잘 자라줄지도 불확실하다. 우리 국토에서는 소나무가 가장 쓸모 있는 나무였지만 온난화로 50년 내 한반도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고 참나무류(상수리·신갈·갈참·졸참·떡갈나무 등)도 시들음병이 만연해 역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국토의 63%가 산인 산악국가에서 목재 자급률이 7~8%에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도 자족을 기대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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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인데 산림청은 국토녹화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며 휴양림 같은 이용정책을 펴고 있다. 게다가 도시로 나와 조경을 하겠다고 국회의원을 앞세워 국가정원법을 제정하고 30만여평의 순천만정원박람회장을 제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했다. 이곳에는 1년에 100억원가량의 관리비와 산림청 직원을 파견해 관리해 주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더구나 산림청이 ‘조경’이라는 용어를 쓰지 못하고 ‘정원’이라는 용어를 대신 쓰는 것은 조경이 국토교통부 소관이기 때문이다. 산림청장은 9월 오는 2020년까지 정원산업을 1조6,000억원 규모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고 각종 법을 만들고 조경직들을 대거 채용해 대대적으로 조경업에 진출하고 있다.

이런 사태를 보고 있는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런 상황을 알고도 방조하는지, 모르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국민들은 앞으로 1인당 소득이 3만달러가 넘으면 산림청이 산을 잘 관리해 만들어지게 될 목조주택 한옥으로 돌아가 건강하게 살고 싶어한다.

심우경 고려대 명예교수·세계상상환경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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