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빙하는 움직인다: 비핵화와 통일외교의 현장> 9·19 공동성명 주역이 본 북핵 해결책은

■송민순 지음, 창비 펴냄



“남이 써주던 우리 역사를 우리 손으로 쓰고 있다.”

2005년 9월19일, 동북아 탈냉전의 청사진으로 불리는 ‘9·19공동성명’의 주역인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 같은 소회를 언론에 밝혔다. 송 전 장관을 포함해 당시 베이징에 모인 6자회담 수석대표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에너지를 지원한다는 내용의 9·19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이 이행된다면 남과 북이 협력해 공생할 수 있는 그야말로 우리 스스로의 역사를 만드는 대장정이 열릴 것이라고 송 전 장관은 생각했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지금 9·19공동성명은 고장 난 자동차처럼 방치돼 있다. 올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 주한미군의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결정, 지난달 5차 핵실험에 이르기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안보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특히 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미일 대(對) 북중러’라는 신(新)냉전 구도가 형성되면서 한반도의 운명이 주변 강대국에 의해 좌지우지될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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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에서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외교통상부 장관 등을 역임하며 외교라인의 핵심 인사였던 송 전 장관은 최근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 비핵화와 통일외교의 현장’을 통해 다시금 북한 핵과 한반도 문제 해결을 모색한다. 그는 “북한 핵과 이를 둘러싼 외교전의 실상을 면밀히 확인해야 할 때”라면서 “지나온 현장에 밀착해봐야 앞으로 갈 길도 찾을 수 있다”며 시곗바늘을 되돌린다. 1, 2차 핵위기에 이은 북한의 1차 핵실험 등 급박하게 돌아가던 동북아 외교 전쟁의 막전막후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송 전 장관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지렛대는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하나로 묶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6자회담은 죽었다”는 말까지 나왔지만 여전히 북핵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은 6자회담과 9·19공동성명이라는 주장이다. 북한 핵 활동 중지와 장거리 로켓 발사 유예 등을 목표로 6자회담을 재개하고, 북 경제지원 등 9·19공동성명의 골격을 이행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한반도를 뒤덮은 냉전의 잔재인 빙하를 밀어낼 수 있다. 3만원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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