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는 도로다”
지난 13일 밤 10명의 사망자를 낸 경부고속도로 관광버스 화재 사고의 원인이 ‘타이어 파손’ 혹은 ‘운전자 과실’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가운데, 확장공사로 인한 도로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14일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사고가 난 울주군 언양읍 동부리에서 경북 영천시 본촌동까지 55.03㎞ 구간은 지난 2011년 12월부터 4차로를 6차로로 확장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018년 9월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으로 현재 이 구간은 최고속도가 80㎞/hr(기존 100㎞/hr)로 제한돼 있다.
한국도로공사측은 “화재사고 구간(부산방향)은 직선선형 유지구간으로 속도제한표지를 800m 간격마다 설치하게 되어 있으나 본 구간은 속도제한표지를 200m 간격으로 설치했을 뿐만 아니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절대 감속 점멸식 표시 등 각종 교통안전시설을 추가로 설치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 자체가 도로의 위험성을 반증하고 있다. 기존 도로 폭이 3.6m인데 반해 확장구간은 3.5m로 좁다. 공사 기준에 부합하는 폭이긴 하지만 갓길이 없어 운전자의 주의를 필요로 하는 구간이다. 특히 노면은 공사로 인해 직선구간이 드물며 휘어진 구간마다 기존 도로의 결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요철이 심한데다 공사 중이라 패인 바닥은 임시처방만 해 놓은 상태다. 가드레일은 폭 3.0m, 높이 1.2m 콘크리트로 설치돼 있다.
매일 이 구간(대구~울산)을 달린다는 고속버스 운전기사 정모(52)씨는 “노면이 울퉁불퉁해 타이어가 찢어질 위험도 높고, 도로 폭이 좁은데다 갓길도 없어 자칫 실수하면 그대로 들이받을 수 밖에 없다”며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터질게 터졌구나 했다”고 말했다. 14일 이 구간을 직접 달린 정모(39)씨 또한 “제한속도가 80인데 짐 실은 트럭만 속도가 안 나 지키고 있지, 승용차와 버스는 그 좁은 길을 100㎞ 넘게 다 추월해 간다”며 “도로가 위험한데다가 갓길도 없어 오는 내내 마음을 졸였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3일 오후 10시11분께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 언양분기점 500m 전 지점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화재 사고로 김모(58)씨 등 10명이 사망하고 차모(56·여)씨 등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운전자 이모(48)씨는 “우측 앞타이어의 파손으로 사고가 났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경찰은 일단 추월 후 2차선으로 복귀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탑승자들은 대부분 50~60대 퇴직자 부부동반 모임으로 중국 장가계 여행 후 대구공항에서 울산으로 돌아오던 중 사고를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