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단국대 부속고등학교에서 시행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 고사장에서 만난 응시생들은 단종으로 이어진 갤럭시노트7 사태에도 불구하고 삼성에 대한 긍정적인 목소리를 이어갔다. 아직 갤노트7을 쓰고 있다는 한 응시생은 “갤노트7 사태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았다”며 “갤럭시를 써왔는데 앞으로도 갤럭시에 대한 충성도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응시생도 “삼성이니까 갤노트7 사태를 금방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 응시생은 무리하게 빨리 개발하려고 했던 것이 문제였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많은 곳에서 지적한 것처럼 경쟁사를 의식해 무리하게 개발을 진행한 것이 갤노트7 단종으로 이어진 것 같다”며 “빨리빨리 문화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응시생도 “개인적으로 갤노트7 사태로 삼성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며 “다음 제품에서는 철저한 품질검사로 이런 실수가 절대 없어야 한다”며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갤노트7 사태에도 불구하고 ‘삼성인’이 되려는 응시생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삼성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식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삼성그룹 19개 계열사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GSAT에 응시해야 하며 이날 국내에서는 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 미국에서는 LA·뉴욕에서 시험이 진행됐다. 응시생 박모(27)씨는 “갤노트7 사태가 신입사원 지원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 GSAT의 결시생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에 응시했다는 김모(27)씨는 “본인이 시험을 본 고사장에는 결시자가 한 명도 없었다”며 “최근 응시했던 다른 회사들의 인적성 시험과 비교했을 때 결시생이 더 적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취업준비생들이 모인 카페에서는 갤노트7 단종 사태가 삼성전자 채용인원 감소 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이번 GSAT는 전반적으로 평이한 수준이었지만 ‘시각적 사고’ 영역이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사장을 나서는 응시생들은 한목소리로 “시각적 사고가 어려웠다”고 전했다. 시각적 사고 영역은 공간지각 능력을 측정하는 영역으로 종이를 접어서 자른 후 폈을 때 모습을 예상하는 문제, 블록 모양을 맞추는 문제, 단면을 보고 입체도형을 찾는 문제 등이 출제된다.
GSAT는 언어논리, 수리논리, 추리, 시각적 사고, 직무상식 등 5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수험생들은 언어논리 30문항(25분), 수리논리 20문항(30분), 추리영역 30문항(30분), 시각적 사고 30문항(30분), 직무상식 50문항(25분) 등 총 160문항을 140분간 풀어야 한다.
직무상식에서는 갤노트7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는 출제되지 않았지만 갤노트7의 대표 기능이던 홍채인식과 관련된 생체인식 문제가 출제됐다. 퀀텀닷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개념을 묻는 문제도 나왔다. 삼성이 최근 역점을 두고 추진하거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준비하는 기술과 관련한 문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증강현실(AR), 바이오시밀러(복제의약품),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그래픽처리장치(GPU), 핀테크(fintech), 5세대(5G)통신 등이 나왔다.
이 밖에 언어논리 영역에서는 ‘실패학’ 관련된 지문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외면당한 발명품인 ‘투명한 무색 콜라’ ‘보라색 케첩’ 등을 전시하는 ‘실패 박물관’에 대한 내용으로 실패로부터 소중한 교훈을 얻기 위해 기업 경영자들이나 학자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실패를 발전의 계기로 삼은 기업들의 정신에 주목한 ‘실패학’이 대두되면서 명소로 거듭났다. 이는 갤노트7의 실패를 자산으로 삼자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