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허광수 대한골프협회장 "골프장 '김영란법 자구책' 찾기 바쁜데...중과세율 인하 절실"

[서경이만난사람]

'회원제' 재산세율 4%...'퍼블릭'의 최대20배는 문제

퍼블릭 전환 골프장은 그린피 내려 대중화 앞장서야

'골프외교관' R&A회원으로 '매너 문화' 정착 힘쓸것





“지금 당장은 이용객 감소가 10% 수준이지만 문제는 이러한 감소세가 2~3년은 계속될 것 같다는 것입니다. 티오프 시간이 남아돌면 이용객 입장에선 갈 수 있는 골프장이 많아지는 거고 그러면 회원권 가격도 떨어지겠죠. 보완책이라고 하면 정부가 재산세를 인하해주는 것인데 기대할 만한 상황이 못돼 안타깝습니다.”


허광수 대한골프협회장은 최근 경기 성남의 남서울컨트리클럽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던 중 코스 쪽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으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분야 중 한 곳이 골프 비즈니스다. 국내 골프의 사령탑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골프협회의 수장인 허 회장은 골프 선수 출신으로 남서울CC 회장, 골프용품 유통업체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으로 골프 비즈니스를 이끌고 있어 그의 삶 자체가 골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허 회장의 깊은 탄식은 골프업계 전체가 절절히 느끼고 있는 위기를 대변하고 있었다.

/대담=문성진 문화레저부장 hnsj@sedaily.com

허 회장은 김영란법에 대해 “좋은 법이니까, 사회정의를 위해 가는 법이니까 참고 기다려야 한다. 어떤 법이든 시작할 때는 크고 작은 어려움과 고통을 겪게 마련”이라면서도 “골프장 입장에서는 그에 대비한 자구책을 찾아야 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재산세에 적용되는 중과세”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골프 대중화를 명분으로 내세워 퍼블릭(대중제) 골프장에 대해서는 일반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회원제 골프장은 여전히 중과세율을 적용받는다. 그중 재산세율은 퍼블릭 골프장이 0.2~0.4%인 데 비해 회원제 골프장은 4%로 최대 20배에 이른다. 회원제 골프장은 종합부동산세와 취득세도 일반 기업의 10배, 5배에 이르며 개별소비세는 카지노와 경마장의 각각 3배, 16배 수준이다.

허 회장은 최근 들어 부쩍 확산하고 있는 회원제 골프장의 퍼블릭 전환 붐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상당수의 퍼블릭 전환 골프장들이 세제혜택만 챙길 뿐 그린피는 회원제와 같은 수준으로 받아 골프 대중화와 동떨어진 영업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퍼블릭 전환을 허가하는 것은 일반 대중이 큰 비용 부담 없이 가까운 곳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게 하려는 것이겠죠. 그런데 요즘 싼 가격에 골프 칠 수 있는 퍼블릭 골프장이 몇이나 됩니까. 불필요하게 화려한 클럽하우스를 짓는가 하면 영업이익이 50%에 이르는 곳도 있다는데 이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거죠.” 회원제는 회원제대로, 퍼블릭은 퍼블릭대로 다양한 골퍼들의 요구를 각각 충족시키는 골프장 환경이 이상적이라는 게 허 회장의 주장. 그는 재산세율의 형평성 문제와 유소년 그린피에도 개별소비세가 그대로 부과되는 현 제도 등 여러 현안에 대해 답답해 했다. “정치인과 관료들은 개선이 시급하다는 데는 다들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좀처럼 움직이지를 않는다”고 안타까워하며 “조만간 골프계가 나서 법적으로 부딪쳐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골퍼들이 1년에 해외 골프비용으로 쓰는 돈이 2조~3조원입니다. 국내 골프장의 각종 제도 변경만으로도 이 비용을 반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봐요.”


대한골프협회장이 선진 골프장 문화 정착을 강조하고 매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허 회장에게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그는 지난 2003년부터 영국왕립골프협회(The R&A)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골프 외교관’이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에 위치한 R&A는 세계 골프를 움직이는 곳. R&A가 제정한 골프 룰은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따르며 세계랭킹제도도 R&A가 처음 만들었다. ‘골프계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통하는 R&A 회원은 추천과 까다로운 심사위원회를 거쳐 뽑으며 허 회장은 선친인 허정구 전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R&A 회원이 됐다. 현재 R&A의 한국인 회원은 허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두 명뿐. 허 회장에 따르면 한국인 R&A 회원은 내년 안에 2명 정도 더 늘어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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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재학 시절 아이스하키 선수였던 허 회장은 골프·스키·요가 등 못하는 운동이 없다. 특히 골프는 1971년 한국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대단한 실력을 자랑한다. 당시 대한골프협회장이던 부친으로부터 트로피를 건네받은 장면은 허 회장 개인을 넘어 한국 골프사의 중요한 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선친이 골프를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그런데 한국아마추어선수권 챔피언은 못 하셨거든. 대리만족을 위해 저한테 초등학교 때부터 골프를 시키신 게 아닌가 싶어요.”

65타가 개인 최소타라는 허 회장은 1960년대 중반 노무라컵 아시아태평양 아마선수권 1라운드에서 좋은 성적을 낸 뒤 신문 1면에 실린 기억이 생생하다며 미소를 머금었다. 그는 한국아마추어선수권 제패에다 한국오픈과 동해오픈(현 신한동해오픈) 아마추어부 우승으로 ‘트리플 크라운’도 달성했다.

골프는 허 회장에게 경영인으로서의 성공도 가져다줬다. 프로골퍼와 경영인의 갈림길에서 미국 유학을 택한 그는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시절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미국)와 쌓은 친분을 계기로 신발 제조기술을 배워 한국에서 크게 사업을 벌이게 됐다. “대학원 동기가 소개해준 사람이 나이트였어요. 스탠퍼드 10년 선배더라고.”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한국인 1호인 허 회장은 골프를 워낙 잘 치다 보니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을 겪을 일이 없었다. “친구들이 골프장 갈 때마다 저를 끼워주더라고요. 덕분에 페블비치도 가고 캘리포니아 유명 골프장들을 꽤 경험했죠. 그때 무리 중 한 명이 나이트를 소개해준 거예요.”

미국 골프용품 핑(PING)을 국내에 들여오게 된 것도 골프 실력 덕분이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골프를 하다 만난 미국인이 핑 창업자 카스텐 솔하임과 막역한 사이였고 허 회장과도 안면을 트게 된 솔하임은 이후 핑의 국내 판매권을 허 회장에게 넘겼다. 솔하임 가문은 3대째 허 회장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골프의 매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허 회장은 어려워서 더 매력적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저는 52년 이상 골프를 쳤지만 또 모르는 게 나오거든요. 그럴 때는 ‘아직도 수양이 덜 됐구나’ 깨우치게 되는데 이러니 다른 스포츠보다 더 매력적이지 않을 수가 없는 거죠.” 골프에서 중요한 것은 스코어보다 매너라고 강조하는 허 회장은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샷을 한 뒤 디보트(뜯긴 잔디)를 제자리에 갖다놓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안 지키는 선수들이 많더라고. 그중에 상당수는 부모나 친척을 캐디로 대동하는 선수예요. 제대로 교육받은 캐디가 적다는 게 문제입니다.” 허 회장이 인터뷰 말미에 남긴 말은 골프와 경영, 나아가 인생사에 모두 들어맞는 말 같았다. “골프 잘 치는 게 더 멋있고 아름다워 보이게 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해요. 매너를 잘 지키면 됩니다.”

/정리=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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