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공실률이 30%대까지 치솟았던 서울역 오피스시장이 서서히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도심 오피스시장에서 매매 거래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와 공격적인 임대 마케팅에 힘입어 공실률도 점차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STX남산타워·HSBC빌딩 등 거래 활발…바닥 찍었다는 신호=16일 부동산금융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역 인근 오피스시장은 도심 내에서 거래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최근 서울역 인근에서 손바뀜이 일어난 오피스 빌딩은 STX남산타워·HSBC빌딩·프라임타워·순화빌딩 등이다. 이는 센터포인트가 거래된 광화문과 올 들어 별다른 거래가 없었던 을지로 일대 오피스시장과 대비된다.
서울역 오피스시장에서 이처럼 거래가 활발한 것은 △실수요자의 매수 △공실률 위험으로 가격이 하락한 빌딩을 매입해 가치증대 전략을 추구하는 투자자 △공실률이 낮은 빌딩을 매입해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진 매수자들이 매물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실제 STX남산타워의 경우 실수요자인 LG그룹에서 매입했으며, HSBC빌딩과 프라임타워는 공실률은 다소 있지만 낮은 가격에 매입 후 가치증대(Value add) 전략을 추구하는 외국계 투자자들이 매수자로 나섰다. 이외 현재 외국계 투자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퍼시픽타워, 메트로타워 등은 매입 후 공실률을 빠르게 해소한 덕분에 시장에 매물로 나와 거래를 앞두고 있다. 한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사 대표는 “거래가 일어난다는 것은 서울역 오피스시장이 최악의 시기는 지나고 반등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낮은 임대료·공격적인 마케팅에 공실률도 하락=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역 인근 오피스 시장의 지난 2분기 공실률은 14.6%로 집계됐다. 작년 1분기(공실률 30.7%)에 비해 빈 사무실이 절반 정도 줄어든 것이다. 서울역 오피스 시장의 공실률 해소는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도심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사무실을 찾는 임차인들의 수요가 있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서울역 인근의 기준 임대가는 3.3㎡당 평균 7만원 선에 형성되어 있다. 이는 을지로(10만원), 광화문(12만~14만원)과 비교하면 저렴한 수준이다. 여기에다 일정 기간 임대료를 면제해주는 렌트프리 혜택도 가장 많다. 오피스 임대차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역 지역은 임차인 이전비용과 인테리어 기간 등을 모두 환산하면 평균 6개월 정도 렌트프리를 준다”며 “도심 지역에서도 가장 공격적인 임대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의 경우 임대료가 저렴하고 이동 거리가 짧은 서울역 인근 오피스를 서울 사무소로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서울역 오피스 시장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불안 요소도 있다. 향후 도심 내 오피스 시장의 임차인 이동을 야기할 수 있는 변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KEB하나은행이 을지로에 신축 중인 본관 빌딩이 내년 상반기에 완공될 경우 현재 그랑서울에 입주해 있는 KEB하나은행이 사무실을 옮기면서 대규모 공실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이전으로 을지로 인근 삼성그룹 오피스들의 공실률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도심 내 오피스 빌딩들에서 임차인 이동이 일어나게 되면 서울역 오피스 시장도 순차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