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건설투자 증가율 23년來 최고..."외바퀴 성장 꺼질 내년이 걱정"

올 10%돌파 유력...집값 치솟던 참여정부보다 높아

내년엔 상반기 5.3%·하반기 3.1%로 투자율 급감

성장기여율도 55%서 20%초반 수준 곤두박질 예상

"수출·설비투자가 빈자리 메워야 2%중반 달성 가능"



건설투자 증가율이 23년 만에 10%를 다시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주택 200만가구 건설 정책의 일환으로 분당·일산 등에 1기 신도시가 한창 조성됐던 노태우 정부와 김영삼 정부 초기(1993년) 이후 처음이다. 경제성장이 건설에 기대는 비중은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는 참여정부 당시보다도 더욱 커졌다. 건설만이 성장세를 떠받치는 이 같은 ‘외바퀴’ 성장이 멈출 내년에는 우리 경제가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본지 9월14일자 1·2면 참조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건설투자 규모는 228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 2015년(206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10.5% 증가한 수준이다. 건설투자 증가율이 10%를 넘어선 것은 1993년(11.9%) 이후 23년 만에 처음이다. 한은 관계자는 “연평균 10%가량 증가한다는 전망도 보수적으로 계산한 수치”라며 “건설투자에 힘입어 4·4분기 전기 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 이상 2.7% 성장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건설투자는 88올림픽 직후인 1980년대 후반 10% 중반을 넘나드는 증가세를 보였다. 이후 노태우 정부가 200만채 주택건설 정책의 일환으로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를 지으면서 1990년에는 30%라는 증가율을 나타내기도 했다. 외환위기 직후 급감하기는 했지만 참여정부 초인 2003년 8.8%를 기록하며 다시 오름세를 나타냈다.

당시 참여정부는 주택보급률 110%를 달성하기 위해 매년 50만가구씩 250만가구를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건설투자는 2004년 이후 1% 내외의 안정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지다 2013년 플러스 반전했고 올해 들어 23년 만에 증가율이 다시 10%대로 올라선 것이다.


우리 경제가 건설 ‘외바퀴’ 성장이라는 기형적 모습을 나타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건설투자의 성장기여율도 올해 2·4분기에 51.5%를 찍었고 올해 전체적으로는 50%대 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 경제 전체 성장의 절반을 건설투자가 책임졌다는 뜻이다. 다른 두 축인 설비투자와 순수출(수출에서 수입을 뺀 수치) 증가율은 올해 나란히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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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분양시장 호황에 기댄 주거용 건물 건설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2·4분기 10%를 돌파했던 주거용 건물 건설투자의 증가율은 꾸준히 상승해 올해 2·4분기에는 24.3%를 기록했다. 비주거용 건물은 8.3%, 토목건설은 1.4% 증가에 그쳤다. 건설, 특히 아파트 분양에 기대지 않았다면 우리 경제는 2% 후반대 성장도 힘겨웠던 셈이다.

문제는 내년 이후다. 한은은 10%를 넘겼던 건설투자 증가율이 내년 상반기에는 5.3%, 하반기에는 3.1%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55%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건설투자의 성장기여율도 20% 초반 수준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대신 올해 나란히 마이너스를 기록한 설비투자와 순수출이 내년 건설투자의 빈자리를 메우면서 2.8%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장밋빛’이라고 평가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내년에는 (성장률) 숫자가 내려올 수밖에 없는데 건설 말고 성장률을 높일 수 있을 만한 다른 요인이 없다”며 “건설투자가 빠지는 것을 그나마 수출과 설비투자가 채워줘야 2% 중반의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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