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토요와치]급증하는 1인가구, 소비시장 지도 바꾼다

편의점서 혼밥·혼술...애완견과 동고동락...여행·레저엔 아낌없이

1인가구 전체 27% '최다'

4인가구보다 소비여력 커

기호제품 구매 등 적극적

반려동물 시장 4년후 두배

1인가전·가구 매년 급팽창

금융상품도 나홀로족 겨냥









올해 직장생활 11년차인 정혜란(가명)씨는 주변 사람들 모두가 인정하는 골드싱글이다. 일찌감치 자발적 미혼을 선택한 그는 반려견 ‘마이클’과의 오랜 동행을 꿈꾼다. 은행 예적금, 연금보험 등 금융자산만도 수억원에 달하고 다달이 받는 월급은 4인 가구의 평균을 훌쩍 넘는다. 3년 전 광화문에 있는 직장 근처 오피스텔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그는 저녁은 주로 집 주변의 식당을 이용하고 1년에 한 번씩은 꼬박꼬박 해외여행을 즐긴다. 여행을 갈 때 마이클은 반려견 기숙사에 맡긴다.

인구구조 변화는 거시경제의 큰 흐름을 좌우하는 방향타이다. 단적인 예가 일본이다. 일본은 급속한 고령화를 겪었고 여기서 비롯된 노동인력의 질적 변화는 일본 열도에 장기침체와 실버 산업 융성이라는 명암을 동시에 남겼다.


현재 대한민국 인구구조 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1인 가구 확대다. 1인 가구는 남다른 구매력으로 소비시장의 핵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주택시장에 중소형 바람을 이끌었고 편의점 산업의 부활, 애견 산업의 융성 외에도 △소형화 △맞춤형 △개인특화 등의 특성을 보이며 관련 시장의 확대를 이끌고 있다.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 산업지형도는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520만3,000가구로 전체(1,911만1,000가구)의 27.2%를 차지해 5년 전인 2010년(23.9%)보다 3.3%포인트 증가했다. 1인 가구는 2인 가구(499만4,000가구·26.1%)나 3인 가구(410만1,000가구·21.5%), 4인 가구(358만9,000가구·18.8%)를 제치고 가장 흔한 가구 형태가 됐다.

1인 가구의 가장 큰 특징은 왕성한 구매력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대 후반~40대 전반의 전국 500가구를 대상으로 ‘1인 가구 증가가 소비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체 수입에서 세금 등을 제외하고 실제 소비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의 비중은 1인 가구가 32.9%로 3~4인 가구(17.2%)보다 무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그만큼 소비 여력이 큰 셈이다. 인구구조의 1인 가구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중국 역시 도시에 거주하는 1인 가구는 구매력이 높은 20~30대가 약 47%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1인 가구라고 해서 모든 사람의 구매력이 높은 것은 아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 가운데 저소득층 비중이 45.1%에 달한다. 둘 중 한 명꼴로 소비력이 매우 낮다는 것인데 흥미롭게도 구매력이 낮은 1인 가구는 주로 고연령층에 속해 있다. 60대 이상 고령자들의 경우 고용의 질이 좋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체 1인 가구의 평균 소비성향은 높아지고 있지만 60대 이상은 낮아지고 있는데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이에 따른 고용불안이 계속되면서 소비 경직성이 강화된 결과”라며 “이들은 식료품과 주거비 지출 비중이 높다는 특징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1인 가구 시대의 대표적 수혜업종인 편의점 시장이 단기간 급성장한 것도 이 같은 배경으로 풀이된다.

관련기사



이 가운데 기업들이 주목하는 대상은 가처분소득이 높은 1인 가구, 즉 젊고 급여 수준이 높은 소비계층이다. 이들은 기호제품 구매에 적극 나설 뿐만 아니라 강한 개성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1인 가구의 특징을 △작고 간편한 것 △맞춤형 서비스 △자기지향성 등 세 가지로 요약한다.

이들은 엥겔계수(식료품 지출 비중)와 슈바베계수(주거비 지출 비중)가 높은 고연령층과 달리 자기지향성이 강한 소비 패턴을 보여준다. 반려견이나 가구 등 개성적인 소비성향이 짙은 시장에서 마케팅이 강화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젊은 계층의 1인 가구는 ‘여행(41.6%)’ ‘자기계발(36.0%)’ ‘레저·여가(32.8%)’ ‘건강(32.0%)’ ‘취미(26.0%)’ 등의 순으로 지출 의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구매력이 큰 젊은 계층의 씀씀이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 예는 반려견 시장이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펫팸족(pet+family)’이 크게 늘면서 관련 산업은 초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는 올해 2조2,900억원인 반려동물 시장이 오는 2020년께 5조8,1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시장에는 반려동물 전문병원·미용실·장례식장 등이 성업 중이며 심지어는 유치원과 호텔까지 등장했다.

소형가구·가전제품도 기업들이 주목하는 시장이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1인용 소파 판매량이 전년 대비 2배 이상(168%) 급증했다. 올 상반기만 해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 늘었고 1인용 슈퍼싱글 침대와 티테이블도 같은 기간 각각 25%, 35% 증가했다. 대유위니아가 출시한 소형 냉장고 ‘프라우드S’는 지난해 대비 판매량이 290% 증가했고 동부대우전자가 내놓은 6㎏ 소형 세탁기는 매일 100대 이상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나 홀로 라이프 스타일’이 유행을 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혼밥(혼자 먹는 밥)’ ‘혼술(혼자 마시는 술)’은 대세가 된 지 오래고 최근에는 ‘혼캠(혼자 즐기는 캠핑)’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AK플라자에 따르면 지난 8월 말까지 판매된 캠핑용품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1% 늘었는데 이 중 싱글 해먹(288%), 1인 캠핑용 코펠(250%), 1인용 텐트(191%), 1인 돗자리(125%) 등이 매출확대를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AK플라자는 이를 겨냥해 1인용 캠핑용품을 최고 40%까지 할인판매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 업체들도 최근 1인 가구를 겨냥한 마케팅을 늘리고 있다. 보험사들은 1인 가구 확대 기조를 겨냥해 기존의 ‘가족 중심’ 상품 외에 ‘1인’을 위한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현대라이프는 올 5월 ‘ZERO’ 시리즈를 출시했는데 이 상품의 핵심 키워드가 ‘나(Me)’다. 암·성인병·상해·얼굴건강 등을 보장하는 이 상품은 ‘나’의 건강과 안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 보험상품은 가족 전체를 보장하는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개인에게만 집중해 납입 보험료는 낮추고 맞춤형 보장을 제공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며 “1인 가구는 부양가족이 없다는 장점도 있지만 보호자도 없어 그 빈자리를 보험이 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해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