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의 스포트라이드’에서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의 사기극 전모를 파헤쳤다.
16일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는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의 민낯!’편이 전파를 탔다.
제작진의 취재 결과 이희진은 지난 3년 동안 최소 500억 원 이상을 번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그의 범죄 수익이 150억 원이라 말했지만, 이는 장외주식만 감안한 것이다. 그에게 주식 정보를 얻으려 1년에 1500만원의 회비를 낸 사람도 있었다. 그런 유료 회원들이 3~4천 명에 달한다. 또 ‘레인핀테크’란 유사 수신 회사를 차려 약 240억 원을 모았다. 그러나 현재 회사 계좌에 남은 돈은 약 15억 원. 나머지 돈의 행방은 찾을 길이 없다.
장외주식이란 상장되지 않은 회사의 주식이다. 야구로 치면 동네 야구다. 프로야구는 점수와 선수 성적 등 모든 것이 기록되고 공개된다. 그러나 동네 야구에는 그런 시스템이 없다. 이 씨의 수법도 그랬다. 그는 A사의 장외주식 100주를 주당 100원에 중개인과 계약한다. 잔금은 건네지 않은 상태다. 그 후 자신을 교주처럼 모시는 회원들에게 “A 회사는 덕수 형(자산운용사 큰손)도 샀다고 연락 왔다. 원금은 내가 보장한다”는 식으로 100주를 주당 200원에 판다. 이렇게 2만원을 확보한 후, 1만원은 중개인에게 주고 나머지는 자신이 챙겼다. 이런 식으로 투자금 1700억 원을 끌어모아 150억 원 가량의 이익을 봤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실제로 피해 규모는 더 크다. 청담동 빌딩부자 B씨는 가장 호되게 당한 케이스다. 이 씨 형제가 자기 것이라고 자랑하던 강남의 빌딩 3곳은 원래는 모두 B씨의 것이었다. 그런데 이 중 하나가 올해 3월 이 씨 법인 소유로 바뀌었다. 시가 400억 원 짜리다. 그런데 취재 결과, 이 씨는 B씨에게 단돈 ‘3억 원’만 줬다. 나머지 잔금은 3년 뒤에 자신의 주식을 팔아 갚기로 했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지금으로선 눈 뜨고 코 베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 씨 형제에게 남은 돈은 얼마일까? 검찰은 범죄 수익을 동결하는 추징 보전 조치를 했지만, 남은 돈은 많게 봐야 50억 원 가량이다. 8대의 자동차는 5대는 법인 리스다. 람보르기니와 부가티, 벤츠 등 3대만 법인과 이 씨 소유였다. 이들의 통장 잔고는 15억 원 가량이니 차를 매각해도 50억 원을 넘기 힘들다. B씨에게 넘겨받은 청담동 빌딩은 대출 근저당이 목전까지 차올랐다. 사실상 껍데기다. 피해자 1천여 명이 피해 보전을 받을 방법은 요원한 상태다.
취재 결과, 이 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송사에 상납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증권 방송가에서 이 같은 출연자의 상납은 일상이란 증언도 나왔다. 한 증권방송 관계자는 “회사가 금품이 오간 것을 알아도 매출 때문에 쉽게 출연 정지를 시키진 않는다”고 말했다. 미디어의 출연은 곧 ‘전문성’으로 둔갑하고, 오랜 출연은 ‘신뢰’로 비약한다.
이 씨 형제가 살았던 한남동 유엔빌리지, 삼성동 아이파크, 청담동 수영장 빌라는 취재진이 찾아가보니 전부 월세였다. 미디어에 노출된 거주지 전부가 그랬다. 청담동 빌딩도 사실 남의 것이었다. 하지만 방송에서 ‘돈 자랑’을 하는 그를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주당 얼마인지 정확히 모르는 개미는 장외주식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다. 장외주식은 상장주식과 달리 내부 정보를 사전에 알고 이용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규제가 거의 없다. 따라서 경영진-창업투자사-중개인-브로커들이 경영 정보를 사전에 알고 작전을 펼치면 맨 밑에 개미들이 고스란히 손해를 떠안는다. 물론 상장을 위해 열심히 뛰는 회사들도 있고, 천사 같은 벤처캐피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두운 이면이 아직 많다. 결국 개인 투자자는 장외주식 투자를 할 때 신중 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미디어로 알게 된 지식이 얼마나 얕고 형편없는지 이번 ‘이희진 사건’을 통해서 깨달아야 할 것이다.
[사진=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드’ 예고영상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