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머니+] '양날의 칼' 브렉시트...파운드화 추락하지만 英 증시는 잘 나가네

브렉시트 우려에 파운드화 가치 31년 만에 최저

"수출기업에 호재" FTSE100지수는 사상최고치

"정치적 변동성 많아 섣부른 투자 금물" 신중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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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가 영국 경제 전반에 미칠 악재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지만 증시를 비롯한 영국 시장은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을 모아놓은 FTSE100지수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른 가운데 영국 내 인수합병(M&A) 시장에 유입된 해외 자금도 급증했다. 하지만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EU와 브렉시트 협상을 서두르는 등 정치적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증시에서 FTSE100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3% 상승한 7,074.34에 장을 마쳤다. 전일 1.22% 오른데 이어 이틀 연속 높은 상승세를 이어간 것이다. 5일에도 이 지수가 장중 사상 최고치인 7,112.03까지 치솟는 등 증시 활황세는 계속됐다. FTSE100 지수는 지난 6월 23일 영국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가 결정된 후 상승세를 탔다. 투표 결과가 나온 6월 24일과 비교했을 때 10월 5일 종가는 약 15% 상승했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후 영국 증시가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증시와는 달리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브렉시트 결정 후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6일 외환시장에서 파운드화 가치는 파운드 당 1.2724달러까지 떨어져 3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나온 6월 24일과 비교하면 통화 가치가 약 7%나 떨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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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파운드화 가치 하락이 영국 증시 상승의 동력이라고 전했다. EU 탈퇴로 영국 경제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급락한 파운드화가 수출 기업들에 호재로 작용하면서 증시 상승에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와 인터뷰한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닉 넬슨 애널리스트는 “브렉시트 결정으로 인한 높은 불확실성과 정치적 위험이 파운드화 가치 절하로 상쇄됐다”며 “FTSE100에 속한 기업들 매출 가운데 약 75%가 해외에서 오는 만큼 브렉시트가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브렉시트 결정 직후 우리는 FTSE100 기업들의 올해 이익 전망치를 5% 하향 조정했지만 최근 파운드화 가치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8% 상향 조정으로 바꾸었다”고 덧붙였다.

파운드 급락은 증시뿐만 아니라 영국 내 기업 M&A 시장에도 호재가 됐다. 5일 영국 로펌 앨런앤로버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들이 3·4분기 영국 기업 인수 시장에 투자한 금액은 464억 달러(51조 8,520억 원)로 2·4분기의 112억 달러(12조 5,160억 원) 대비 네 배 이상 늘었다. 연초 이후 총 M&A 규모 역시 906억 달러로 늘어나 3·4분기까지 618억 달러를 기록한 스위스를 앞지르고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앨런앤오버리는 보고서에서 파운드화 폭락이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영국 자산의 투자 매력을 크게 높였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렉시트가 결정된 직후인 7월에만 일본 소프트뱅크가 영국 반도체 기업 ARM 홀딩스를 일본 기업 사상 최고 해외기업 인수가인 243억 파운드(34조 3,188억 원)에 사들이는데 합의했고, 중국 AMC 엔터테인먼트홀딩스는 영국 사모펀드 업체 테라퍼마캐피탈스부터 유럽 최대 영화관 업체인 오디언앤UCI를 5억 파운드(7,061억 원)에 인수했다.

시장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브렉시트와 관련한 정치 상황이 급변할 수 있는 만큼 영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한 한 애널리스트는 “메이 총리가 유럽과 협상을 서두르는 등 브렉시트와 관련해 남은 정치적 변동성이 많다”며 “영국 증시와 기업에 대한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고 밝혔다. BBC와 인터뷰한 존 웨스 전략가도 “영국 경제에 대한 지표가 나쁘게 나오기 시작하면 증시도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며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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